[취재여록] 계측기기社 사장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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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소들이 몰려 있는 서울 양평동의 한 골목길.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퍼져 나온다. 이곳에 자리잡은 한 계측기기 전문회사.
지난 30여년간 산업용 압력계와 온도계만을 외곬으로 생산해온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 Y사장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선진국시장을 뚫기 위해 이들 지역 바이어들을 여러번 만났으나 결과가 신통찮기 때문.
거래를 거절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의 규격검정을 믿기 어렵다"는 것. 지난해 50만달러어치를 수출했지만 아직 선진국 시장은 상륙하지 못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규격에 맞추고 싶어도 전문 기술인력이 부족해 애를 먹는다"고 Y사장은 하소연한다.
연구개발 인력 7명중 계측분야를 전공한 사람은 단 2명. 나머지는 계측업계에서 오래 일한 경력자다.
이들이 연구개발의 주축을 맡고 있다.
생산라인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초산업인 계측기기 업종은 정확과 전문성이 생명.
고도의 정밀성을 필요로 하고 다른 생산품의 품질수준을 결정하는 기반기술이다.
이런 계측산업이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다.
산업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계량과 계측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곳은 단 3곳뿐.
경기공업대학 안성여자기능대학 고창기능대학에서 매년 배출하는 1백20여명이 전부다.
그나마 졸업생중 상당수가 품질관리(QC) 등 계측실무가 아닌 다른 부문으로 진출한다.
국내 50여개 대학에 제어계측학과가 있지만 대부분 자동제어 분야 등 제어쪽에만 치우쳐 있어 순수 계량.계측기술분야는 푸대접을 받는다.
현재 계측기술인력 가운데 68.3%가 고졸 이하다.
전문대졸은 20.6%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진국들은 정밀한 계량.계측을 요구하며 이를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50여개 대학에 순수 계측전문학과를 두고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첨단기술의 배경에는 이같은 두터운 계측 전문 인력층이 있다.
압력 온도 길이 무게 등을 정밀하게 재는 것은 산업의 기초다.
대충대충 넘어가는 의식구조 탓에 계측분야가 낙후돼 있다면 걱정스러운 일이다.
Y사장의 목소리가 귓전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계량.계측 전문인력이 많이 배출되면 한국 제조업의 수준이 몇 단계 높아질 것이다"
김동욱 벤처중기부 기자 kimdw@ked.co.kr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퍼져 나온다. 이곳에 자리잡은 한 계측기기 전문회사.
지난 30여년간 산업용 압력계와 온도계만을 외곬으로 생산해온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 Y사장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선진국시장을 뚫기 위해 이들 지역 바이어들을 여러번 만났으나 결과가 신통찮기 때문.
거래를 거절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의 규격검정을 믿기 어렵다"는 것. 지난해 50만달러어치를 수출했지만 아직 선진국 시장은 상륙하지 못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규격에 맞추고 싶어도 전문 기술인력이 부족해 애를 먹는다"고 Y사장은 하소연한다.
연구개발 인력 7명중 계측분야를 전공한 사람은 단 2명. 나머지는 계측업계에서 오래 일한 경력자다.
이들이 연구개발의 주축을 맡고 있다.
생산라인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초산업인 계측기기 업종은 정확과 전문성이 생명.
고도의 정밀성을 필요로 하고 다른 생산품의 품질수준을 결정하는 기반기술이다.
이런 계측산업이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다.
산업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계량과 계측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곳은 단 3곳뿐.
경기공업대학 안성여자기능대학 고창기능대학에서 매년 배출하는 1백20여명이 전부다.
그나마 졸업생중 상당수가 품질관리(QC) 등 계측실무가 아닌 다른 부문으로 진출한다.
국내 50여개 대학에 제어계측학과가 있지만 대부분 자동제어 분야 등 제어쪽에만 치우쳐 있어 순수 계량.계측기술분야는 푸대접을 받는다.
현재 계측기술인력 가운데 68.3%가 고졸 이하다.
전문대졸은 20.6%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진국들은 정밀한 계량.계측을 요구하며 이를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50여개 대학에 순수 계측전문학과를 두고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첨단기술의 배경에는 이같은 두터운 계측 전문 인력층이 있다.
압력 온도 길이 무게 등을 정밀하게 재는 것은 산업의 기초다.
대충대충 넘어가는 의식구조 탓에 계측분야가 낙후돼 있다면 걱정스러운 일이다.
Y사장의 목소리가 귓전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계량.계측 전문인력이 많이 배출되면 한국 제조업의 수준이 몇 단계 높아질 것이다"
김동욱 벤처중기부 기자 kimdw@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