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 車산업'] (1) '글로벌 합종연횡'

세계 자동차업계의 인수합병(M&A) 열풍이 상륙했다.

프랑스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키로 한데 이어 대우자동차도 8월말이면 외국업체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세계 메이저업체들이 주도하는 세계시장 재편과정에서 한국차산업이 어떤 입지와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외국업체와 전략제휴를 하더라도 최소한 4백만대 이상 독자생산능력을 확실히 유지하지 못하면 생존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세계자동차업계의 정설이다.

세계차업계의 질서재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현재 상황은 그야말로 ''외로운 섬''과 같은 신세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실감한 한국차업계는 최근들어 해외업체와의 제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꿔 놓을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계 메이저간 M&A는 라인업강화와 연구개발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라인업 강화는 세계 최고의 럭셔리카 메이커 메르세데스 벤츠가 미국의 대중적 자동차업체인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대우차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소형차 부문 강화전략에 따른 것이다.


"줄서기"에서 소외된 한국 메이커들 =한국차업체들은 그동안
세계적 M&A 흐름에서 비켜서 왔던 것이 사실이다.

GM과의 합작이 깨진 이후 대우차는 매각이라는 운명을 맞게 됐다. 현대도 미쓰비시와의 협력을 제외하고는 해외제휴에 별다른 성과를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내업체의 연구개발 수준이 크게 뒤지는데다 소형차 외에는 메이커들이 탐낼 만한 라인업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업체와의 제휴는 주고 받는 것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줄 것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한국특유의 경영풍토도 해외제휴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IMF체제 이전까지만 해도 경영권에 약간이라도 지장을 줄 수 있는 자본제휴는 오너체제하에서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르노가 삼성차를 인수하고 대우차 해외매각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최고경영자들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현대차만 해도 포드에 이어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물밑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는 "확실히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과제 =한국차산업이 글로벌체제에 편입되는 것은 위기이자 기회다.

단순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위기다.

반대로 극적인 해외제휴를 통해 선진기술과 경영기법을 토착화할수 있다면 한국차산업은 도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동북아제조기지''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면 현재 한국차산업의 처지로 볼 때는 대성공을 거두는 셈이다.

문제는 이것이 정부나 채권단이 기대하는 것처럼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업체들이 한국내에서 뿌리 내리게 하는 경제 사회 문화 등 총체적인 시스템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동시에 한국차산업의 터줏대감격인 현대자동차가 적극적인 해외제휴와 기술개발을 통해 한국차산업의 위기를 능동적으로 돌파하려면 경영마인드에서 시스템까지 세계 최고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김용준 기자 juny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