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제 리포트] '남북 인터넷바둑' 화해촉진 기대

"바둑인으로서 남북인터넷바둑대회를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죠. 이 대회가 남북을 잇는 교량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요. 다만 인터넷바둑문화가 너무 엉망이어서 걱정입니다"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지도사범으로 일하는 30대 초반의 한 네티즌(아마5단)은 남북인터넷바둑대회에 관해 묻자 이렇게 얘기했다. 이 사범은 "탁구가 중국의 죽의 장막을 여는데 기여했듯이 인터넷이 휴전선을 없애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경제 기자가 맞냐"고 거듭 확인한 뒤 인터넷바둑문화의 문제에 관해 장황하게 털어놓았다.

우선 인터넷 바둑 사이트가 욕설경연장으로 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인터넷 바둑 사이트로 선두를 다투는 곳은 넷바둑(www.netbaduk.com)과 네오스톤(www.neostone.co.kr).

평소 동시접속자가 5천명 안팎에 달하고 많을 때는 6천명을 넘기도 한다.

하지만 두곳도 욕설장이란 점에서는 다른 사이트들과 다를 바 없다. 지도사범은 "서비스 제공업체측에서 사이트를 감시하고 욕설을 심하게 하는 회원들을 퇴출시키기도 하지만 욕쟁이가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익명이 보장되는 탓에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고 반말을 지껄이거나 욕설을 쏟아내기도 한다"고 했다.

두번째로는 이른바 "도배쟁이"가 판친다는 점을 꼽았다. 바둑 사이트 채팅장에는 알수 없는 글자나 욕설로 화면을 도배해 채팅을 방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도사범은 "도배하는 이들은 대부분 겁쟁이"라면서 "숫기가 부족해 현실세계에서는 큰소리 한번 치지 못하는 위인들이 익명이 보장되는 가상공간에서 억눌린 욕망을 터뜨린다"고 알려주었다.

남북인터넷바둑대회를 얘기하면서 인터넷바둑문화를 들먹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진정한 인터넷바둑대회가 되려면 대국장에 수천명 내지 수만명의 네티즌이 들어가 관람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인터넷바둑문화로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도사범은 "남북인터넷바둑대회가 열리는 사이트에서 욕설과 도배가 난무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얘기가 무르익자 지도사범은 "할 얘기가 많다"면서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사기를 일삼는 이들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수들이 고수를 선망하는 심리를 악용해 고수 행세를 하면서 술을 얻어먹기도 하고 돈을 빌려 도망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는 "믿기지 않겠지만 이런 어리숙한 수법에 당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목격했다"고 얘기했다.

지도사범은 "인터넷바둑문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익명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증거로 PC통신 바둑 대국실에선 욕설과 도배가 인터넷 사이트만큼 심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그렇다면 인터넷 대국실도 실명제를 도입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에 대해 "실명제를 실시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면서 "인터넷 바둑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영세해 바둑문화를 개선하는데 투자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남북인터넷바둑대회는 인터넷게임 전문업체인 조이포유가 남북정상회담 6일전인 오는 6월6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대회가 진행되는 6시간동안 북한의 인터넷이 열린다. 한시간 남짓 채팅 인터뷰에 응해준 지도사범은 "남북인터넷바둑대회가 남북화해를 촉진하고 우리 인터넷바둑문화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얘기를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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