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중심 高성장 정책 택해야 .. '금융.기업구조조정 미완의 개혁'

구조조정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한국경제의 최대 화두다.

이는 경제위기 극복방안인 동시에 정부중심의 개발체제를 청산하고 선진국형 개방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지난 2년동안의 구조조정은 어떻게 전개됐으며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낸 "금융.기업구조조정 미완의 개혁"(박영철.김동원.박경서 공저,1만5천원)은 금융과 기업부문의 구조조정 과정을 분석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한 민간백서다.

이론과 실물경제를 두루 꿰뚫고 있는 저자들이 구조조정의 허실을 객관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이 책은 우리나라의 구조조정이 "선진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계에 부닥치게 된 이유를 살피고 미해결 과제와 향후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1부 "경제위기의 원인과 체제전환의 과제"는 아시아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원인을 살펴보고 구조조정 정책이 목표로 하는 체제전환 문제를 다루고 있다.

2~3부는 금융구조조정과 기업구조조정을 세부적으로 짚었다. 4부 "구조조정 정책의 개선방향"은 구조조정 정책이 그 목표인 새로운 경제운영체제 구축을 성공시켰는지의 여부와 함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집약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저자들은 경제위기라는 한국 현대사의 엄청난 경험자산을 보존하면서 한국경제의 현 좌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과거 다른 나라들의 사례와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경험을 우리 현실에 대비시킨다. 이들은 기업 구조조정을 "시행착오의 개혁"이라고 비판한다.

재벌해체를 유도하는 IMF프로그램이 재벌의 현실적 역량을 대신할 방법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금융부문에서도 정부주도의 개혁은 일단 주효했지만 그 다음 단계의 시장 경쟁력 확보에는 아직 멀었다는 진단이다.

그간의 구조조정 정책이 국제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성장기반 조성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개혁을 가속화할 것인지,속도를 조절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서 혼란스런 정책을 지속한다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담겨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위기극복 경제정책의 틀을 구조조정 최우선에서 민간 위주의 고성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미식 시장경제 시스템과 역동성을 우리나라에 맞도록 접목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