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불구 투신 매물압박 '여전'

투신사들의 매도공세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정부가 한국투신 대한투신에 5조원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함에 따라 투신사들이 이제부터는 과연 주식을 사들일 수 있을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결정은 투신구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것임을 확실히 했다는 점에서 시장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투신업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쉽사리 매수세로 전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800선을 저항선으로 간주하는 펀드매니저들의 장세관 시가평가제 실시를 앞둔 공사채형펀드 환매 공적자금을 받는 한투.대투의 고유주식 축소가능성 동일계열 투자한도 7% 축소 등을 고려할 경우 투신의 매물압박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물론 신속한 자금투입으로 금융불안심리가 가라앉고 그 결과 새 돈이 투신권으로 유입되면 매수세는 되살아날 수도 있다.

800은 저항선=펀드매니저들은 금융시장불안 수급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종합주가지수 800을 뚫기 어려운 저항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최영권 동양오리온투신 주식1팀장은 "지수 800을 돌파하기는 당분간 힘들다고 여기는 펀드매니저들이 많다"고 전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지수가 65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매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신권이 주가가 상승할 때마다 차익매물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신사가 이날 무려 2천1백26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도 이런 장세관에 기인한다. 이날 장초반 주가가 20포인트가량 오르자 투신사들은 대규모 차익매물을 쏟아낸 것이다.

환매부담=오는 7월 채권싯가평가제가 실시된다.

현재 장부가 공사채형펀드 잔고는 46조원.이중 20조원가량이 6월말까지 만기도래 한다.

따라서 6월말까지 공사채형펀드에서 최대 20조원이 빠져나갈 수 있다.

투신사로선 그때까지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야한다.

채권형펀드 환매는 주식형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지만 유동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주식을 사는데 신중을 기할수 밖에 없다.

특히 싯가평가제 실시를 전후해 금리가 상승할 경우 공사채형펀드의 환매규모가 예상보다 커질수 있다.

채권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주식을 팔아서라도 환매에 응해야하는 상황도 배제할수 없다.

주식형펀드는 최근 주가급락으로 환매가 주춤해지긴 했지만 잠재적인 매물요인이다.

주가가 오를 경우 다시 환매신청이 늘어날 것으로 투신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와함께 6월중 만기도래하는 1조원규모의 뮤추얼펀드도 5월부터 본격적으로 매물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유주식 축소가능성=한투.대투가 공적자금을 받은뒤 고유계정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적자금을 받은뒤 회사가 클린화되는 만큼 굳이 주식을 대거 보유해 리스크를 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투 대투는 한푼의 이익이라도 내기위해 그동안 고유계정에서 주식을 적극 매매해왔다.

이종성 대한투신 고유주식팀장은 "공적자금이 들어온다고 해서 고유주식을 모두 처분해야되는 것은 아니지만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주식비중을 줄일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투와 대투는 현재 약2천억원씩의 고유주식을 운용하고 있다.

계열사 비중 7%축소=5월중 펀드의 동일계열 주식 투자한도가 현행 10%에서 7%로 줄어든다.

이 경우 삼성투신운용 현대투신운용 SK투신운용등 재벌그룹 투신운용사들은 한도초과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투신은 한도초과분이 많지 않아 시장충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싯가비중이 높은 삼성.현대.SK그룹주에 대한 투신권의 신규매수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점에서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장진모 기자 ja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