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수 '스크린 에세이'] 에필로그-새 영상문화의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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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인생이 아무리 괴롭게 보여도 진짜 인생만큼 괴로울 수는 없단다"
이탈리아 명화 "시네마 천국"에서 한 노인이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속의 한토막이다. 좋은 영화는 이렇듯 다이얼로그 하나에서도 인생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매력을 풍긴다.
영화는 현대인의 선택항목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TV가 생활화돼있는 데다 온갖 동영상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날로 번창하는 비디오산업도 스크린에의 매력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비록 스쳐가는 단막이라도 그것을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한국의 비디오문화가 이만큼 발전한 것엔 영화계의 공로가 크다. 영화제작의 연대로 보나 관객들의 수준과 관심도로 보나 한국영화가 세계시장에서 크게 뒤질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런데 현실은 매우 실망스럽다.
같은 아시아권의 작품을 봐도 한국영화는 일본.중국수준에서 크게 멀어져 있다. 세계최대의 인터넷 검색엔진 "야후"의 영화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카테고리 항목에 한국영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일본은 물론 홍콩 중국까지 따로 코너가 설정돼 있는데도 말이다.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몇 차례 수상경력이 있지만 그렇게 내세울 것이 못된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최근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올랐다고 매스컴에서 특필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위상을 새삼스럽게 말해 준다.
한국영화의 세계화가 더딘 것에는 언어 핸디캡 등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엔 젊은이 취향의 편식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장르에 관계없이 다양한 계층을 사로잡을 만한 원숙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좀 무게를 잡았다 싶으면 선남선녀의 사연많은 러브 스토리가 고작이다.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마부""서편제"같은 명작을 내놓은 우리 영화계가 젊은이의 세계만 깊이 파고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만일 그것이 시장논리 때문이라면 영화발전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서울의 극장가를 가보면 낮이나 밤이나 청년층 관객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화제를 모은 "아메리칸 뷰티"와 "철도원" 상연관도 마찬가지.
둘 다 중.장년의 삶을 밀도있게 그린 외국작품인데 정작 영화를 즐길 만한 연령층의 관객은 많지 않았다.
한국에 오래 살며 한국영화를 즐기는 외국인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60년대 작품 "나는 속았다"에서 문정숙의 상대역으로 미군장교 배역을 맡았던 귀화 미국인 민병갈씨는 "한국에선 영화가 젊은이의 전유물 같다"는 인상을 말한다.
필자는 스크린 에세이 를 쓰면서 중.장년 관객을 염두에 두고 그들과 호흡을 맞춰 영화이야기를 쓰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비평가의 필수요건인 "보통사람이 못 보는 것을 찾아내는 본능적 재능"의 결여를 통감하며 이 연재를 끝낸다.
그동안 E메일을 통해서 비판과 성원을 아끼지 않은 독자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는 전자우편을 통해 중.장년층 팬들과 토론을 계속할 생각이다. "시네마 천국"처럼 재미있으면서도 인생의 애환이 가득한 멋진 한국영화가 쏟아지기를 대망하며...
js604@netsgo.co.kr
이탈리아 명화 "시네마 천국"에서 한 노인이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속의 한토막이다. 좋은 영화는 이렇듯 다이얼로그 하나에서도 인생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매력을 풍긴다.
영화는 현대인의 선택항목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TV가 생활화돼있는 데다 온갖 동영상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날로 번창하는 비디오산업도 스크린에의 매력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비록 스쳐가는 단막이라도 그것을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한국의 비디오문화가 이만큼 발전한 것엔 영화계의 공로가 크다. 영화제작의 연대로 보나 관객들의 수준과 관심도로 보나 한국영화가 세계시장에서 크게 뒤질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런데 현실은 매우 실망스럽다.
같은 아시아권의 작품을 봐도 한국영화는 일본.중국수준에서 크게 멀어져 있다. 세계최대의 인터넷 검색엔진 "야후"의 영화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카테고리 항목에 한국영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일본은 물론 홍콩 중국까지 따로 코너가 설정돼 있는데도 말이다.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몇 차례 수상경력이 있지만 그렇게 내세울 것이 못된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최근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올랐다고 매스컴에서 특필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위상을 새삼스럽게 말해 준다.
한국영화의 세계화가 더딘 것에는 언어 핸디캡 등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엔 젊은이 취향의 편식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장르에 관계없이 다양한 계층을 사로잡을 만한 원숙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좀 무게를 잡았다 싶으면 선남선녀의 사연많은 러브 스토리가 고작이다.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마부""서편제"같은 명작을 내놓은 우리 영화계가 젊은이의 세계만 깊이 파고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만일 그것이 시장논리 때문이라면 영화발전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서울의 극장가를 가보면 낮이나 밤이나 청년층 관객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화제를 모은 "아메리칸 뷰티"와 "철도원" 상연관도 마찬가지.
둘 다 중.장년의 삶을 밀도있게 그린 외국작품인데 정작 영화를 즐길 만한 연령층의 관객은 많지 않았다.
한국에 오래 살며 한국영화를 즐기는 외국인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60년대 작품 "나는 속았다"에서 문정숙의 상대역으로 미군장교 배역을 맡았던 귀화 미국인 민병갈씨는 "한국에선 영화가 젊은이의 전유물 같다"는 인상을 말한다.
필자는 스크린 에세이 를 쓰면서 중.장년 관객을 염두에 두고 그들과 호흡을 맞춰 영화이야기를 쓰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비평가의 필수요건인 "보통사람이 못 보는 것을 찾아내는 본능적 재능"의 결여를 통감하며 이 연재를 끝낸다.
그동안 E메일을 통해서 비판과 성원을 아끼지 않은 독자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는 전자우편을 통해 중.장년층 팬들과 토론을 계속할 생각이다. "시네마 천국"처럼 재미있으면서도 인생의 애환이 가득한 멋진 한국영화가 쏟아지기를 대망하며...
js604@netsg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