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립극장 50년

국립극장이 지난주말 창립50돌 기념행사를 갖고 새출발을 다짐했다.

국립극장은 1950년 서울 태평로 옛부민관(현 서울시의회)에서 출범했다. 첫작품으로 올려진 연극 "원술랑"(유치진작 허석연출)은 1주일동안 5만명이상을 동원했다.

두번째 무대는 창극 "만리장성",세번째는 창작오페라 "춘향전"(현제명작곡 김생려지휘)이었다.

평일 2회 공휴일 3회 공연에 입장료는 영화의 3배였는데도 매번 초만원을 이뤘다. 기세좋게 출발한 국립극장은 그러나 문연지 두달이 안돼 6.25로 터전을 잃었다.

전쟁중 대구문화극장에서 피난살이를 하다가 57년 명동 시공관으로 복귀했지만 피난시절부터 일기 시작한 존폐문제가 사그라들지 않은데다 흥행도 신통치 않아 어려움에 처했다.

그래도 62년 창극단 무용단 오페라단,73년 발레단과 합창단을 창단한데 이어 69년 KBS로부터 교향악단을 인수했다. 그러나 60년대 내내 이렇다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대관에 치중한데다 73년 장충동 새건물로 이전한 뒤엔 관제공연장의 성격까지 더해져 실질적인 공연예술의 산실 자리를 상실했다.

반세기 전통에도 불구하고 "국립"으로서의 권위도,일반에 친근한 극장으로서의 위치도 찾지 못한채 이류극장으로 내몰린 셈이다.

물론 부득이한 변명이나 핑계가 있을수 있다. 하지만 민간극장이 사활을 걸고 뛸 때 "국립"이라는 간판의 권위만 내세운채 무사안일하게 자리만 지킨 탓도 적지않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족해도 정해진 예산이 있고 예술가와 행정가의 자질 또한 민간단체보다 못하다곤 할수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국립극장은 올들어 책임운영제를 도입,산하단체를 7개에서 4개로 줄이는 등 대대적 변신을 시도중이다.

"언제나 재미있는 국립극장"을 목표로 대 소극장의 이름을 각각 해오름 달오름극장으로 바꾸고 기획과 홍보 마케팅 개념을 도입한 프로듀서시스템도 실시한다. 중요한 건 공짜표를 줘도 달갑지 않게 여기는 풍토를 바꿔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도록 만드는 일이다.

50주년을 계기로 국립극장이 명실상부한 국민의 공연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