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드라마 주인공 .. 강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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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
요즘 내가 인생공부 삼아 일나가는 곳은 외주 드라마 제작하는 곳, 점심때쯤 어슬렁어슬렁 나가 어제 하던 기획안 펼치고 열심히 일하는 척 하는 곳이다. 나를 드라마 작가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노트북 앞에서 뭔가 열심히 하는 척하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어서 어서 일하고 좋은 대본 주세요.
그래야 우리도 살죠.직원 중 하나는 내 주위를 빙빙 돌며 열심히 정보를 준다.
저 같은 캐릭터 드라마에 쓰면 좋을 텐데요.
나는 진지한 척 끄덕인다. 참고할게요.
내 앞엔 누가 또 있나.
연 이틀 날밤 새며 스토리 짜내는 작가팀,제작비 계산하느라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는 매니저,욱하는 성질에 전화통 붙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조 감독,배경음악이 그게 뭐냐는 여론에 의기소침해진 음향감독, 하루에 한가지씩 잃어버리는 건망증 심한 팀장, 방금전 대본 안 좋다고 혼난 작가 지망생.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굽어보며 회전의자에 앉아 화를 삭이고 있는 사장이 있다.
이 사무실 안에서 바쁘지 않은 건 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바쁘다.
겉으론 아닌 척 하지만 실은 청탁 온 원고기일 맞추느라 끙끙대는 나.
식사시간만큼은 칼같이 지키는 나.
일이 안돼 전화기라도 부술 것 같이 화가 난 제작부장 언니 하소연 들어주는 나.
저- 언니,하면서 찾아오는 경리아가씨 인생상담 해주는 나.
사무실에 나가 무슨 일하냐고 물어오면 대단히 중요한 일 하는 척 하는 나.
통유리창 밖으론 늦은 봄비가 타악기처럼 경쾌하게 들이치고 있다.
지금 막 저녁식사가 배달되었다.
그중 짬뽕 곱배기가 내 몫이다.
바쁘게 짬뽕을 먹다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 않은가.
타이틀은 "정다운 사무실", 인간미 넘치고(?) 놀기 좋아하는 노처녀 역이라면 내가 그중 맞겠다.
요즘 내가 인생공부 삼아 일나가는 곳은 외주 드라마 제작하는 곳, 점심때쯤 어슬렁어슬렁 나가 어제 하던 기획안 펼치고 열심히 일하는 척 하는 곳이다. 나를 드라마 작가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노트북 앞에서 뭔가 열심히 하는 척하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어서 어서 일하고 좋은 대본 주세요.
그래야 우리도 살죠.직원 중 하나는 내 주위를 빙빙 돌며 열심히 정보를 준다.
저 같은 캐릭터 드라마에 쓰면 좋을 텐데요.
나는 진지한 척 끄덕인다. 참고할게요.
내 앞엔 누가 또 있나.
연 이틀 날밤 새며 스토리 짜내는 작가팀,제작비 계산하느라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는 매니저,욱하는 성질에 전화통 붙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조 감독,배경음악이 그게 뭐냐는 여론에 의기소침해진 음향감독, 하루에 한가지씩 잃어버리는 건망증 심한 팀장, 방금전 대본 안 좋다고 혼난 작가 지망생.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굽어보며 회전의자에 앉아 화를 삭이고 있는 사장이 있다.
이 사무실 안에서 바쁘지 않은 건 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바쁘다.
겉으론 아닌 척 하지만 실은 청탁 온 원고기일 맞추느라 끙끙대는 나.
식사시간만큼은 칼같이 지키는 나.
일이 안돼 전화기라도 부술 것 같이 화가 난 제작부장 언니 하소연 들어주는 나.
저- 언니,하면서 찾아오는 경리아가씨 인생상담 해주는 나.
사무실에 나가 무슨 일하냐고 물어오면 대단히 중요한 일 하는 척 하는 나.
통유리창 밖으론 늦은 봄비가 타악기처럼 경쾌하게 들이치고 있다.
지금 막 저녁식사가 배달되었다.
그중 짬뽕 곱배기가 내 몫이다.
바쁘게 짬뽕을 먹다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 않은가.
타이틀은 "정다운 사무실", 인간미 넘치고(?) 놀기 좋아하는 노처녀 역이라면 내가 그중 맞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