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헬렌 토머스

"백악관은 외로운 곳이다. 그렇다고 벽의 초상화들과 얘기하지 말라""모든 테이프는 태워 없애야 한다는 걸 잊지 말라""실수했을 때 할말은 단한가지,나는 거기 없었다는 것이다""어떤 상처도 내보이지 말라""교황을 접견할 때 졸지 말라"

39년동안 백악관을 담당한 헬렌 토머스(79)가 클린턴 취임 초기 출입기자 모임에 초대된 대통령에게 했다는 조언이다. 토머스는 그러나 지난해 펴낸 회고록 "백악관의 맨앞줄에서"에서 당시 꼭 했어야 할 "절대 거짓말하지 말라"를 빠뜨렸다고 후회했다.

국내에도 번역돼 나온 이책(답게 간)에서 그는 자신이 취재한 8명의 대통령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가했다.

존슨 닉슨 포드는 물론 현역인 클린턴과 전대통령이자 공화당 대선후보의 아버지인 부시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가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준 사람은 케네디.

누가 뭐래도 미국에 새로운 혼을 불어넣은 인물이었다는 주장이다.

카터에 대해선 워싱턴의 이방인이었다고 적었다. 취임식후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 걸어가고 대통령가족용 요트를 파는 등 군림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직위에 걸맞지 않게 너무 세세한 일에 신경쓴 "미시적 관리자"였다고 꼬집었다.

클린턴은 60년만에 민주당후보로 재선될 만큼 뛰어난 역량을 지녔지만 자기수양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르윈스키스캔들이 터졌을 때 그는 어떻게든 정면돌파를 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클린턴에 대한 혹평에서 드러나듯 그는 백악관에서 "가장 비협조적인 기자"로 분류됐다 한다.

그러나 어느 대통령도 교체를 요구하지 않은 모양이다.

대통령이 바뀌면 출입기자도 교체되는 국내 현실과는 엄청나게 다른 셈이다.

우리의 경우 역대 청와대 출입기자중 여성은 2명뿐이다.

최근엔 달라졌지만 90년대중반까지도 여기자는 문화부 생활부등에 집중배치됐다. 토머스가 57년간 현역,39년간 백악관 출입기자로 활약할수 있었던 데는 출입처 배정에 성별과 연령을 따지지 않은 UPI의 풍토와 배려가 큰몫을 했음에 틀림없다.

너무 일찍 현역은퇴를 강요하는 우리 언론계도 달라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