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 자력 구조조정 실패] '그룹 워크아웃 전격 신청 안팎'

새한그룹이 구조조정방안을 발표한지 3일만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것은 위기극복을 위해 던진 승부수가 시장과 투자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봐야한다.

재계 27위로 삼성의 방계라는 점도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는 견뎌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새한의 구조조정방안은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미쳤다는 얘기다.

당초 새한 경영진과 대주주는 이재관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사재를 출연하는 것은 물론 보유주식을 소각하는 방안까지 논의했었다.

또 12개 계열사를 한 개로 줄이고 부실한 사업부문과 계열회사들을 매각하거나 통합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했었다. 그러나 발표전날 심야회의끝에 이재관 부회장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고 계열사를 3개로 축소하는 방안으로 후퇴했다.

사재출연도 없던 일로 덮어놨다.

이같은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종금사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들은 새한을 살리기에는 미흡한 방안으로 보고 자금회수를 계속 함으로써 새한은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을수 없는 궁지에 몰린 것이다. 새한 대주주와 경영진의 안이한 상황판단과 위기관리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재계27위인 새한그룹의 워크아웃은 구조조정에 소홀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새한은 (주)새한의 전신인 제일합섬이 95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되면서 97년 새한미디어와 합쳐 그룹으로 출범했다. 다른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주)새한은 그룹으로 출범하기 직전부터 구미2공장 건설에 1조원이상을 투자하는등 대대적인 사업확장을 추진했다.

여기에는 그룹경영을 책임진 이재관 부회장의 과욕도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부채는 95년말 7천1백70억원에서 98년말 1조7천2백3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필름경기가 96년부터, 화섬경기가 99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5백56억원이나 되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새한미디어도 비디오테이프 시장 침체로 지난해 당기 순손실 3백82억원을 기록했다.

효성 코오롱 등 다른 화섬업체들이 정밀화학을 비롯한 신규사업분야로 적극 변신하고 있는데 비해 새한은 제때에 사업을 전환하지 못한 결과다.

최근에는 화섬업체인 금강화섬이 화의를 신청, 투자가들 사이에 (주)새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다.

현대증권의 섬유업종분석담당 임정훈 차장은 "화섬업체들이 통합등 생산설비감축을 해야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재관 부회장이 지난해 하반기 워크아웃 신청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건의했던 간부들을 경질하고 파행인사를 하는등 독단적인 경영을 벌인 점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재계관계자들은 지적했다.

33세의 젊은 나이에 그룹경영을 맡아 경험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어쨋든 금융기관이 구조조정을 주도하게 되면 지난16일 발표된 구조조정방안보다 훨씬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비주력계열사를 대규모로 정리하고 새한과 새한미디어의 통합도 검토돼야 한다고 기업분석전문가들은 주장했다.

김성택 기자 idnt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