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이슈] 금리인상 '도미노' .. 개도국 자금유치경쟁으로

신동욱

최근 11개월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 금리목표를 여섯 차례에 걸쳐 모두 1.75% 포인트 올림으로써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맞서 유럽중앙은행을 위시해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필리핀,인도네시아 등도 최근 6개월 사이 최소한 두 차례에서 다섯 차례까지 금리를 상향조정했다.

이로써 미국에서는 시중은행의 우대금리가 9년여만의 최고치를,그리고 유럽에서는 런던 은행간 금리가 5년여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제3세계에서는 개발도상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며 지난 4월 개도국들이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액수가 3월 실적의 7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개도국 국채에 붙는 가산금리도 한달 사이 2% 포인트나 급등해 현재 9%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FRB가 다음달에도 또 한번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예고해 놓은 상태여서 이 같은 금리추세는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지난해 2월이래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해 왔던 일본중앙은행도 올 가을부터는 금리 인상에 가세할 전망이다. 이런 금리추세는 매우 큰 변화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93년 초 클린턴 행정부의 긴축재정정책 약속에 따라 팽창 통화정책을 유지해 왔던 FRB가 6년만에 방향을 180도 꺾는 것만 같다.

지난해 초 시중은행 기준금리가 1971년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던 영국의 경우도 30년만에 금리 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명목금리만 보았을 때 겪게 되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실제로 세계 전반의 실질 장기금리수준은 선진11개국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했을 때 30년 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만 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는 80년대 전반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에서 큰 변화 없이 4%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영국 워윅대 앤드류 오스왈드 교수가 지적하듯 에너지 가격이 80년대 초 가격의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까지 하락했던 특수한 현상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던 것이 이제 에너지가격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감에 따라 금리도 예전의 상승행진을 재개할 태세인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실질금리 상승의 원인은 무엇인가.

대체로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세계경제의 개방화에 따라 종래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나라들이 해외자금을 끌어쓰기 시작해 자금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는 특히 남미와 종래 공산권 국가들에 해당되는 것으로 자체 저축자금이 부족한 이들 나라가 해외 자금을 끌어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국제 금리가 오르고 있다.

둘째는 각국 정부의 공공부채 급증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실업구제,빈민구제,노령자생계보장 등 정부의 복지기능이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자금지출과 조직 비대화로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또한 다국적기업들의 비중이 커진 반면 이들의 세 부담은 줄어 정부 기채가 늘었다.

여기서 다국적 기업들의 세 부담이 줄어든 것은 이들의 적극적인 세금회피 노력과 함께 이들을 유치하고자 하는 각국 정부의 세금우대 정책 때문이다.

셋째는 자금낭비가 심하고 투자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즉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설비투자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심각한 공급과잉상태가 빚어져 결국 경쟁에서 도태되는 회사와 함께 엄청난 자본낭비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투자위험이 높아지고 가산금리가 오른다.

이는 비단 경쟁 때문만이 아니라 기술발전에 따른 설비 및 제품 진부화가 가속적으로 진전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넷째는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자금집중 때문이란 설명이다.

즉 자동화와 세계화 속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저축할 여력 없이 먹고살기 바쁜 가운데 갈수록 더 소수의 사람들과 소수 금융기관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자금중개 거래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금이 극소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금융시장이 실물경제와 괴리돼 투기적으로 운용됨에 따라 한편에서는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만성적인 자금난과 고금리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미국 견인형 세계성장 모델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즉 냉전시대 미국은 홀로 세계의 최종적 수입국으로서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은 가속적으로 대외채무를 쌓아왔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채무가 축적될수록 더 많은 자금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범세계적 금리상승을 초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국민들은 그 동안 국민연금이 모든 노후생활을 보장해줄 것으로 믿고 저축을 등한시 해 미국의 대외채무 급증을 더 한층 가속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