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이슈] '주목받는 컨벤션산업'..'신통상국가건설' 견인차로

국제적인 정부기구나 비정부단체등이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국제규모 회의,전시나 박람회,기업 및 협회의 회의,인센티브 관광 등을 칭하는 컨벤션산업이 ASEM 컨벤션센터의 개관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관광산업이 지식기반서비스산업으로 부각되고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돼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관광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컨벤션산업의 국제적인 물리적 인프라가 마련됐다는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컨벤션산업이라는 복합산업이 중요한 것은 국가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데다 항공,호텔,식음료,출판 및 디자인 등 연관분야도 많기 때문이다.

전문컨벤션관리국제협회(PCMA)는 94년도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행사 참가자들의 직접지출액은 8백21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1995년 10월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여행과 관광관련 업계들과 공동으로 첫 백악관회의를 개최하고 이 산업에 대한 청사진과 실행계획을 밝히면서 컨벤션산업을 강조하고 나섰던 것도 이때문이다. 교역전 산업의 발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유럽 그중에서도 독일은 총교역량의 80%가 전시회를 통해 이뤄진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으며 전시회 관련 노하우를 수출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하노버 전시전 등 독일이 교역전을 통하여 벌어들이는 연간수익이 우리돈으로 23조원 정도로 독일 건설부문의 전체수익과 비숫하다고 한다.

아시아에서 일찍 회의 및 컨벤션산업이라는 분야에 눈을 돌린 싱가포르는 정부와 관련업계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에 힘입어 아시아 최고의 컨벤션 거점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컨벤션산업은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프트웨어적 요소의 확충에 발벗고 나섰다.

한국관광공사의 자료를 보면 95년도 국내에서 개최된 어느 국제회의 참가자들의 평균소비액이 3천2백85달러로 일반 외국관광객보다 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국제회의 참가자는 일반여행객보다 평균적으로 최소한 30% 이상을 더 지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에서 컨벤션산업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데는 ASEM 유치가 큰 역할을 했다. 그 전에는 국제적인 무역규모에 걸맞지 않게 이분야는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었다.

외환위기로 인한 영향을 고려해도 1998년도에 국제협회연합(UIA)이 인정하는 9천4백98건의 국제회의중 우리나라에서 열린 것은 58건으로 35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컨벤션시설 등 물리적 인프라의 부족으로 그동안 대형 국제회의 유치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거의 통계치를 토대로 한 전망은 의미없다.

특히 문화관광부가 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데다 산업자원부도 작년부터 무역기반조성 차원에서 컨벤션산업에 강조하고 있다.

더구나 ASEM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내년 한국방문의 해,2002년 월드컵 개최 등이 예정돼 있어 정부와 민간의 노력에 따라서는 컨벤션산업의 도약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컨벤션산업이 물리적 인프라 몇개로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제적 회의전문가나 전시전문가들의 교육 및 양성 프로그램,항공 호텔 컨벤션 및 전시센타 그리고 전문화된 관리 및 서비스 업체 들과의 네트워킹,정보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사이버 컨벤션기반 확충,컨벤션산업의 표준화 대응 등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뒷받침될 경우 우리나라 컨벤션산업은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서 그 위상을 완전히 달리할 가능성이 높다.

지정학적 위치나 교역규모의 증대 추이는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다.

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외교통상부,건설교통부 등 관련부처와 관련업계가 청사진과 실행계획을 만들어 실질적이고 조직적인 협력 프로그램들을 실천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최근 정부가 네덜란드나 싱가포르 등을 벤치마킹하자면서 "신통상국가전략"이라는 화려한 구호를 들고 나왔지만 컨벤션산업의 발전없이는 공염불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안현실 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