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조조정 지연땐 재정부담 급증 .. ESCAP 보고서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ESCAP)는 21일 "2000년 경제사회조사보고서"에서 한국이 재벌이나 금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신속히 진행하지 않으면 구조조정에 따른 재정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SCAP은 또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하는 부실여신이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면서 부실여신은 금융 정상화와 실물부문 회복에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ESCAP은 한국경제가 컴퓨터, 정보통신 등의 수요증대에 힘입어 올해 7.8%, 내년에 6.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며 물가상승률은 올해 3.2% 수준에 머물고 내년에는 4.0%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경기회복으로 수입이 급증하면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ESCAP은 또 한국은 급속한 성장으로 세수가 증가하겠지만 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 공공부채를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보고서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현재 진행중인 재벌이나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은 가속화할 필요가 있으며 한국기업들은 부채비율이나 은행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채권시장은 재벌의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직 취약하며 특히 재벌들이 부채비율을 한층 낮은 수준으로 감축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채권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ESCAP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상설기구로 이 지역내 경제협력이나 개발계획등 경제사회 문제를 다루며 이 지역 전체 국가들이 참여하는 정부간 대화의 광장으로도 활용돼 아시아.태평양 의회라고도 불린다.한국은행 관계자는 "ESCAP 보고서는 유엔에서 아시아지역 경제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자료로 올해에는 한국과 관련해 공공자금 증가 문제와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에 대해 주로 지적했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