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벤처시대의 재구성 .. 김수동 <연세대 교수/경제학>

"살롱 벤처"-테헤란로에 있는 룸살롱 이름이다.

부가가치 창출력의 한계와 IMF 외환위기의 이중고에 허덕이던 한국경제호에 등대처럼 다가와 새 길을 제시했던 벤처.국민의 기대와 열광은 전 산업계 학계를 거쳐 시민 각계각층에 퍼지고 드디어는 룸살롱 간판으로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벤처가 우리에게 준 공적은 말할 수 없이 크다.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주고 경제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만으로도 그 의미는 엄청나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벤처시대는 정신없이 한차례 질주의 과정을 거친 후 개념정의 파생효과면 등에서 새로운 문제점을 던지며 숨고르기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 숨고르기 과정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벤처시대가 잉태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넘어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제점은 대체로 다음 네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치열해질 지식재산권 분쟁이다.

벤처의 핵은 지재권(IPR)이다.

벤처의 탄생 자체가 하이테크 등 지식재산의 사업화에서 비롯되고 있고 사업화 또는 거래의 실체가 "지식재산+권리"의 형태로 이뤄지므로 지식재산권이 빠진 벤처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전체적으로 볼 때 벤처의 열풍은 선진국에서부터 불어오고 있으므로 그들이 국익차원에서 보호하고 있는 지재권 보호시스템 설정과 운용 및 국제통상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데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개별적으로는 벤처기술의 국제화에 따른 국내외 지재권분쟁이 한차례 일어날 것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국제적으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각국에 특허권을 확보해 놓은 다국적기업이 지재권을 무기로 한 특허전쟁을 걸어올 경우 다수의 벤처기업이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도 요즘 한창 유행인 BM특허 등과 관련해 많은 벤처기업이 출원과 동시에 사업을 전개했지만 1년6개월 후 출원이 공개되면서 본격심사에 들어갔을 때 다수 지재권이 당국으로부터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예견되고 있고(약 80%이상 예상) 이때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도태될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적으로도 지재권대책위 등의 활동이 긴요하고 특히 기업들은 지재권팀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

둘째는 원천적 부가가치창출 모델의 재조합문제다.

벤처기술이 종래의 관념을 뛰어넘는 가공할 부가가치 창출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기술은 부가가치 창출의 모체인 전통기업과 결합할 때 비로소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지 단독으로는 곧 역량의 한계에 봉착한다.

그러므로 부가가치 창출력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모델의 재조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셋째는 벤처기업간 중복 과잉투자가 문제다.

시장경제냐 정부개입이냐의 논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복 과잉투자에 따른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

한정된 수요에 무제한으로 공급이 쏟아져 엄청난 낭비를 치르고 난 다음의 균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벤처시장에는 강한 벤처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규모의 경제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벤처의 대형화가 시작됐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강한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살아남은 벤처는 더욱 승승장구할 것이다.

그러나 도태과정에서의 엄청난 낭비를 막기 위해선 자금지원 등 심사과정에서의 사전 구조조정 병행이 바람직하다.

넷째는 벤처소득의 적정분배 문제다.

옛날 땅값이 오를 때는 땅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간의 급격한 소득불균형이 국민적 위화감을 불러일으켰었다.

지금은 벤처수혜자와 아닌자 간의 급격한 소득 불균형이 문제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소득의 적정재분배 문제는 지금의 전통산업체제 하의 세제 사회복지체제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기업 내부 차원에서도 스톡옵션 수혜자와 일반주주간의 분배문제,창업자와 지식재산 창출자가 다를 경우의 분배방법,일반근로자와 벤처근로자 간의 임금체계 상이에 따른 마찰 등 소득분배와 관련한 새로운 과제를 계속 던져주고 있다.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사람이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통로도 현재로서는 썩 원활한 편은 아니다.

이와 같은 벤처관련 과제들을 국민적 지혜의 결집으로 지금의 숨고르기 과정에서 적절히 해결하고 넘어간다면 한국의 벤처는 뉴밀레니엄시대를 선도하는 믿음직한 우리경제의 길잡이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sdk@ 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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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졸업
한양대 경제학 박사
미 UCLA 국제경영과정수료
행정고시 7회 합격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