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周永 현대명예회장 '지분정리'] 車그룹 다각지원 포석 .. '의미'

정주영 명예회장이 자동차 최대주주로 나선 것은 자동차경영을 직접챙기려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제휴와 대우차 인수전 등을 앞둔 현대차의 경영구도를 확고하게 다져 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이 가지고 있는 현대차지분 9%는 현대차의 그룹 분리를 앞두고 정 명예회장이 지분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소그룹으로 모아질 것으로 예상됐었다.정몽구 회장의 개인지분은 4%선.

자신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현대정공의 현대차지분을 합하면 11%선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에서 현대중공업 지분(6.8%)이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정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렵게 된다.다만 현대정공이나 기아자동차가 아닌 정 명예회장 개인이 지분을 사들였다는 것은 세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정 명예회장이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현금동원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정 명예회장이 장차 지분상속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현재 현대차지분의 4%만 확보하고 있는 정 회장으로선 최소 10% 정도 개인지분을 확보해야 적대적 M&A의 부담을 떨쳐버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별도 자금마련 없이도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대우차 인수에 대비, 실탄(현금)을 최대한 확보해야할 입장이다.만약 자체자금으로 지분을 사들이게 되면 그만큼의 자금여력이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보면 정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은 구조조정본부의 발표대로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을 측면에서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대주주가 된 정 명예회장이 현대차경영에 어느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냐도 관심사다.

만약 대우차인수 등 현안들을 꼼꼼히 챙길 경우 현대차는 당분간 "섭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인데다 자동차에 대한 정 회장의 경영권을 여러차례 강조했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경영개입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도 이날 "정 회장체제는 그대로 유지되며 명예회장이 경영에 구체적으로 간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