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386 '개혁성 퇴색' .. '5.18 술판' 비난 확산

지난 16대 총선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힘입어 화려하게 정가에 등장한 이른바 "386세대" 들이 "5.18 전야제 술자리 파문"으로 큰 시련을 맞게 됐다.

이들은 기성 정치권의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고 당선 이후에도 당내 민주화와 의정활동의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 왔다.그러나 광주에서 술판을 벌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386"이란 비난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됐고 당내 입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386 의원에 대한 사퇴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게 그 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이 386 당선자 전체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줬기 때문에 이들이 야심을 갖고 추진해 왔던 개혁 프로그램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민주당 서영훈 대표는 26일 "유감스러운 일이다.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옥두 사무총장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된다. 당사자들이 반성하겠지만 사무총장으로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낮과 밤의 두 얼굴을 가진 민주당 386의 모습을 보여줬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위선의 탈 속에 모든 것을 감출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이들에게 자성을 촉구했다.

또 이날 민주당 인터넷 홈페이지와 김민석 의원 등 문제의 술자리에 참석했던 해당 의원 및 당선자의 홈페이지에는 이들의 행위를 성토하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실리고 있다.이에 따라 술자리에 참석한 인사들은 당분간 활동을 자제하면서 자숙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술자리에 있었던 한 당선자는 "특별한 대책도 없기 때문에 조용히 반성하며 고민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16대 국회 개원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이 불거져 젊은 의원들의 날개가 꺾여 버렸기 때문에 크로스보팅이나 자유경선 등 이들의 주장이 완전히 물건너가고 중진의 입김만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실제 민주당은 국회의장 자유투표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고 한나라당에서도 개혁적인 목소리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젊은 당선자는 "그동안 386이라는 이미지가 과대 포장된 점도 있었지만 그나마 젊은 세대가 추진해 왔던 개혁작업이 중도에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아쉬워했다.

정치권의 변화와 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386 세대들이 이 시련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