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도덕성 지수

공기는 78%의 질소와 22%의 산소 및 다른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그 구성비가 78대22에서 60대40만 돼도 사람은 질식해 죽는다. 또 우리 몸의 구성요소인 물과 살의 구성비도 약 78대22라고 한다.

만약 수분의 양이 78 이하로 떨어지면 사람은 탈진해 생명을 부지하기 어렵다.

오래전 이런 자연의 섭리를 인간사회에 접목시켜 인간관계의 진실과 거짓의 비율을 78대22로 생각했던 과학철학자가 있었다. 그는 "78"을 온전한 사회의 "도덕성 지수"로 삼았다.

지수가 "78"은 돼야 그 사회가 신뢰를 바탕으로 제대로 돌아갈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사회의 도덕성 지수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지난주부터 사회는 386세대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교육부장관의 5.18전야 술자리 추태,전 총선연대 대변인의 성추행사건,그리고 정부산하 연구원장의 성추문논란 등으로 연일 여론이 들끓고 있다.

모두 개혁세력임을 내세우고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어서 그들을 믿었던 시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신뢰가 바탕이 되는 선진사회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양식과 상식이란 인간관계에서 가장 초보적인 도덕적 준칙도 모르는 사회지도자들이 앞으로 무얼 개혁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성숙한 사회란 최소한의 도덕을 기초삼아 옳고 그름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도록 요청하는 사회가 아닌가.

영광스럽게도 사회지도층이 된 이상 은밀한 곳에서는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공개만 되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양심을 속이는 사기꾼의 생각이나 다름없다.

사회지도층의 도덕성이 이 지경이라면 시민들의 도덕성이 온전하게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조차 무리다.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도덕성을 여실히 보여준 잇따른 추태는 가뜩이나 위험한 지경에 다다른 우리 시민들의 지도층에 대한 신뢰를 밑바닥까지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리는 분명히 도덕성지수 78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숨이 막히거나 탈진할 것 같은 피로감을 시민들이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