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79) 제1부 : 1997년 가을 <7> '희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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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물론 사업가나 권력을 가진 자들을 너무 자극하여 돈줄이 끊어지면 지역구 운영은 말할 것도 없고 연구소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사실을 최형식 자신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인이 공식적으로 터놓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차차기 정도 대권까지 넘보는 권혁배 의원이 그 정도로 소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꺼림칙했다.
최형식은 연구소에서 곧 제작에 들어가야 할 팸플릿에 시 "마수"대신 "진짜 노동자"를 게재하라는 권 의원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진짜 노동자"라는 시는 제목만 기억날 뿐 그 내용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최형식은 소파에서 일어나 책장 앞으로 갔다.
성경이 책장 맨 위쪽 오른쪽에서 첫번째 꽂혀 있고,그 다음에는 칼 마르크스 공저인 "공산당선언"이 있고,그 다음에는 "창작과비평" 여러 권이 꽂혀 있었다.
책장의 다음 층에 노동관계 서적이 있고 그 다음 층에 박노해의 시집이 있었다. 최형식은 시집을 꺼내 목차를 훑어보았다.
"진짜 노동자"가 게재된 페이지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한세상 살면서/뼈빠지게 노동하면서/아득바득 조출철야 매달려도/돌아오는 건 쥐씨알만하지//죽어라 생산하는 놈/인간답게 살라꼬 몸부림쳐도/죽어랏 쇳가루만 날아들고 콱콱 막히고/골프채 비껴찬 신선놀음 하는 놈들/불도저처럼 정력좋은 이윤추구에는 비까번쩍 애국/ 제미랄 세상사가 왜 이리 불평등한지//이 땅에 노동자로 태어나서/생각도 못하고 사는 놈은 죽은 송장이여/말도 못하는 놈은 썩은 괴기여/테레비만 좋아라 믿는 놈은 얼빠진 놈 /이빨만 까는 놈은 좆도 헛물/실천하는 사람,/동료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실천하는 노동자만이/진실로 인간이제/진짜 노동자이제//비암이라고 다 비암이 아니여 / 독이 있어야 비암이지/쎈방이라고 다 쎈방이 아니여/바이트가 달려야 쎈방이지/노동자라고 다 노동자가 아니제/동료와 어깨를 꼭 끼고 성큼성큼 나아가/불도저 밀어제껴 우리것 찾아 담는 / 포클레인 삽날 정도는 되아야/진짜 노동자지" 시를 읽고 난 최형식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부분을 다시 읽었다. "비암이라고 다 비암이 아니여/독이 있어야 비암이지/쎈방이라고 다 쎈방이 아니여/바이트가 달려야 쎈방이지/노동자라고 다 노동자가 아니제" "진짜 노동자"가 "마수"와 비교해 그만큼 직설적이진 않지만 문장 속에 독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최형식의 생각은 권혁배와 달랐다.
지난번 시낭송회에서 권혁배 의원에게 "마수"를 낭송하도록 자신이 권한 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3년 반 전에 고인이 된 김남주 시인은 가진 자를 향하여 불같은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그런 적개심을 시에서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옮긴 바 있는 "행동하는 시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김남주 시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잔인한 영어생활로 젊음을 보냈고 혹독한 고문을 이겨낸 투사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업가나 권력을 가진 자들을 너무 자극하여 돈줄이 끊어지면 지역구 운영은 말할 것도 없고 연구소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사실을 최형식 자신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인이 공식적으로 터놓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차차기 정도 대권까지 넘보는 권혁배 의원이 그 정도로 소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꺼림칙했다.
최형식은 연구소에서 곧 제작에 들어가야 할 팸플릿에 시 "마수"대신 "진짜 노동자"를 게재하라는 권 의원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진짜 노동자"라는 시는 제목만 기억날 뿐 그 내용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최형식은 소파에서 일어나 책장 앞으로 갔다.
성경이 책장 맨 위쪽 오른쪽에서 첫번째 꽂혀 있고,그 다음에는 칼 마르크스 공저인 "공산당선언"이 있고,그 다음에는 "창작과비평" 여러 권이 꽂혀 있었다.
책장의 다음 층에 노동관계 서적이 있고 그 다음 층에 박노해의 시집이 있었다. 최형식은 시집을 꺼내 목차를 훑어보았다.
"진짜 노동자"가 게재된 페이지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한세상 살면서/뼈빠지게 노동하면서/아득바득 조출철야 매달려도/돌아오는 건 쥐씨알만하지//죽어라 생산하는 놈/인간답게 살라꼬 몸부림쳐도/죽어랏 쇳가루만 날아들고 콱콱 막히고/골프채 비껴찬 신선놀음 하는 놈들/불도저처럼 정력좋은 이윤추구에는 비까번쩍 애국/ 제미랄 세상사가 왜 이리 불평등한지//이 땅에 노동자로 태어나서/생각도 못하고 사는 놈은 죽은 송장이여/말도 못하는 놈은 썩은 괴기여/테레비만 좋아라 믿는 놈은 얼빠진 놈 /이빨만 까는 놈은 좆도 헛물/실천하는 사람,/동료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실천하는 노동자만이/진실로 인간이제/진짜 노동자이제//비암이라고 다 비암이 아니여 / 독이 있어야 비암이지/쎈방이라고 다 쎈방이 아니여/바이트가 달려야 쎈방이지/노동자라고 다 노동자가 아니제/동료와 어깨를 꼭 끼고 성큼성큼 나아가/불도저 밀어제껴 우리것 찾아 담는 / 포클레인 삽날 정도는 되아야/진짜 노동자지" 시를 읽고 난 최형식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부분을 다시 읽었다. "비암이라고 다 비암이 아니여/독이 있어야 비암이지/쎈방이라고 다 쎈방이 아니여/바이트가 달려야 쎈방이지/노동자라고 다 노동자가 아니제" "진짜 노동자"가 "마수"와 비교해 그만큼 직설적이진 않지만 문장 속에 독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최형식의 생각은 권혁배와 달랐다.
지난번 시낭송회에서 권혁배 의원에게 "마수"를 낭송하도록 자신이 권한 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3년 반 전에 고인이 된 김남주 시인은 가진 자를 향하여 불같은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그런 적개심을 시에서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옮긴 바 있는 "행동하는 시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김남주 시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잔인한 영어생활로 젊음을 보냈고 혹독한 고문을 이겨낸 투사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