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삼성, 해외투자 성공비결

방문목적 "삼성( Samsung )".

실크로드의 천산북로를 껴안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 알마티의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다. 불과 16명의 삼성물산 상사맨들은 지난 95년 6월 이 곳에 파산직전의 동제련업체인 카작무스를 위탁경영하기 위해 진출한 후 5년만에 이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초기에는 러시아 마피아의 위협으로 설비를 국경에서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지방정부의 배타적인 태도와 경영간섭도 심했다. 9개월동안 호텔방 출입문에 침대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새우잠을 자야할 정도였다.

삼성은 5년만에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쓰러져가던 카작무스를 매출규모 8억달러의 카자흐스탄 제2위의 기업(매출기준)으로 일궈냈다.

비결은 무엇인가. 위탁경영권을 넘겨받은 삼성측은 우선 6개월간 밀린 임금부터 지급했다.

그러면서도 단 한명의 근로자도 해고하지 않았다.

대신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기존의 "검은 거래선"을 과감히 차단했다. 1천6백대의 컴퓨터를 도입해 생산과 재무시스템부터 전산화시켰다.

생산설비 투자는 물론 탁아소 병원 학교 등 지역사회를 위한 복지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2년간 이렇게 쏟은 부은 돈만 2억5천만달러였다.

이를 바탕으로 인센티브 등 시장경제체제의 경영방식을 도입해 경영체질을 조금씩 개선시켰다.

결국 카작무스는 2년만에 흑자경영으로 돌아섰다.

불과 5년만에 수익은 1천8백50% 증가했다.

현재 16명의 삼성 주재원들이 관리하는 종업원수는 5만9천여명.종업원에 딸린 식구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알마티 현지 주민 23만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5년전 삼성맨들을 점령군으로 대했던 주민들의 싸늘한 눈길은 위탁경영이 끝날 무렵 오히려 삼성의 철수를 우려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현지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지역사회와 튼튼한 유대가 기본입니다. 본사도 단기적 수익전망에 집착해선 안됩니다. 카자흐스탄은 원소주기율상의 거의 모든 원소가 상업적으로 채취할수 있는 국가입니다. 현지에서 벌어들인 돈은 현지에 재투자할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경영간섭도 금물입니다" 다음달 이 곳에 최대 주주의 자격으로 공동대표에 선임될 삼성물산 차용규 이사가 밝힌 현지화의 전제조건이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이심기 기자 sglee@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