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부동산시장도 "인터넷 예외 아니다"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사고 파는 시대.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까지 부동산거래는 복잡한 절차와 계약성립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 때문에 전자상거래에서 소외돼왔다."빠르게 발전하는 인터넷과 코끼리처럼 굼뜬 부동산 산업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이제 부동산 산업에도 인터넷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의료관리및 정보공급업체인 매키슨&HBOC의 부동산 관리책임자 프랭크 로빈슨 부사장은 "이제 부동산 업체중 전자상거래에 손대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한다.전자상거래가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어 앞으로 인터넷을 모르면 퇴출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업체 AT&T의 부동산사업부는 이미 B2B(기업간 전자상거래)를 일상적인 토지계약에 이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부동산 책임자 스콧 리볼드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계약체결까지 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대폭 줄였다"고 강조했다.인터넷은 기존의 토지매각및 임대 절차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매물의 위치 가격 계약조건 등 자세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조회할 수 있게 되면서 비싼 수수료를 내고 중개업자를 거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중개업자들은 직접 시장에 나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부동산 계약을 중개해 주고 수수료를 받아 왔다.그러나 정보의 희소성이 없으면 이들이 수수료를 받을 명분은 크게 줄어든다.

무료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이트는 코스타그룹(costargroup.com)과 리얼티IQ(realtyiq.com).

이들은 전국의 부동산 매매 정보를 회원들에게 무료로 알려준다.

부동산 거래를 직접 중개해 주는 사이트도 생겼다.

한달전 서비스를 시작한 테넌트와이즈 닷컴(tenantwise.com)은 수수료를 일반 부동산 중개업체의 5분의 1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이 사이트에 매물을 올리는 비용은 무료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래가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이유는 일반 부동산 중개업체가 너무 비싼 수수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뉴욕에서 지주가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는 첫달 임대가의 3분의 1 정도.

1만평방피트(2백80평) 토지의 경우 1평방피트당 임대료를 50달러로 계산하면 최소 16만달러(1억8천만원)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동산업체들은 인터넷이 그들의 파이를 전부 가져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전문가의 조언없이 10만평방피트(2천8백평)가 넘는 땅을 무턱대고 계약할만큼 경솔하지 않다"는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이들은 수백평 이하의 비교적 작은 매물의 경우 인터넷 거래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테넌트와이즈 닷컴도 1만평방피트 이하만 취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뉴욕 지역만 거래하지만 빠른 시일내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창업자 마이어스 머멜은 "우리는 찰스슈왑(온라인 증권사)이나 e트레이드(온라인경매)처럼 업계의 판도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거래가 인터넷중심으로 재편된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어느정도 변화가 온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부동산업체인 쿠쉬맨&웨이크필드의 뉴욕 담당자 토머스 펠러스 사장은 "기존 부동산업체들은 수입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지적한다.그는 "수입감소를 상쇄하려면 거래방식을 효율적으로 재편할 수밖에 없다"며 전자상거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