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창립 50주년 맞는 한국은행 '전철환 총재'

38년 전북 익산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제12회 고등고시 행정과 합격
76~98년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83~89년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한국은행이 과거의 행정기관형 모델에서 시장친화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해 가는 과정입니다"

오는 12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국은행의 전철환 총재는 중앙은행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렸다.

중앙은행이 시장 위에 군림하기보다는 시장친화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은은 지난 반세기동안 6.25전쟁과 개발연대,3저호황기,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한국경제의 발전양상에 맞춰 통화신용 정책을 수행해 왔다.

고도성장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옛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불리는 아픔도 겪었다.

그 잔상은 아직 한은을 떠나지 않고 있다. 지난 1998년 3월 새로운 한은법 발효와 함께 재야 경제학자에서 한은의 수장으로 탈바꿈한 전 총재가 변화의 바람을 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98년 국채 소화방식을 한은의 저리 인수에서 시장에서 소화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은 통화정책 독립작업의 시작이었다.

지난 2월엔 재정경제부의 거부감 속에서도 콜 금리를 전격 인상하는 단안을 내렸다. 최근엔 한은법 개정이후 행사를 자제해온 금융기관 공동검사 요구권도 발동시켰다.

외환위기 이후 30%에 달하던 금리를 한자릿수로 낮춰 경제회복을 뒷받침한 것도 한은의 빼놓을 수 없는 공로다.

전 총재는 "한은은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그때 그때마다 적합한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선택해 왔다"고 자부했다.

전 총재는 소신파다.

지난 80년대 후반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한은법 파동을 맞아 금통위원 중 유일하게 정부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일로 금통위원직에서 교체되는 비운을 겪었다.

그후 10여년 만에 금의환향한 전 총재가 한은 독립성에 남다른 애착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직 한은을 한국의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이 지극히 제한된 상황 때문에 명실상부한 독립성을 느끼기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게 전 총재의 설명이다.

과거에 갖고 있던 금융기관 감독권은 고사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상세한 현장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는 게 한은 직원들의 푸념이다.

전 총재는 재경부의 한은 경비성예산 승인권과 관련,"한은 예산은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를 받는 등 외부 통제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금통위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정부의 잦은 금리관련 발언에 대해선 "금통위가 아닌 정부가 구체적인 금리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자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예측력을 높이고 시장친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안정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위상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며 다가올 50년의 한은 좌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