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86) 제1부 : 1997년 가을 <8> '정복자들'
입력
수정
글 : 홍상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백인홍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다시 한번 제안해보면 어떨까요? 매매물건을 L그룹에서 시가 감정가의 115퍼센트로 사고 15퍼센트는 비자금으로 돌려주겠다고요"
백인홍이 윤 회장의 눈치를 살폈다.
흥미를 느끼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시가 감정 이상으로는 근본적으로 매입할 수가 없어.오너 회장이 정한 회사의 구매규칙이야"
"그럼 시가 감정으로 매입하고 구매가격의 10퍼센트를 비자금으로 돌려주면 어떨까요?"
윤 회장이 백인홍의 눈을 응시했다. "10퍼센트 비자금은 어떻게 처리하려고?"
"철저히 하겠습니다. 10퍼센트 비자금 금액만큼 저희 회사에서 해외지점으로 일단 송금한 후 외국에서 달러로 비자금을 전할 수 있습니다"
"해외지점에서는 그 자금을 어떻게 정리하려고.." "제 개인 앞으로 된 가불로 정리할 수밖에 없겠지요"
백인홍의 설명에 윤 회장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렇다면 한번 제안해보지.오너 회장이 대선자금으로 워낙 시달리는 형편이니까. 백 사장 제안에 매력을 느낄 거야"
"일이 성사되도록 선배님께서 도와주십시오.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자,그럼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점심 잘 먹었어"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 회장과 헤어져 시내를 가로지르는 차 안에서 백인홍은 착잡한 심정이었다.
매장 부동산 매매건이 보통 방법으로는 성사될 것 같지 않아 급한 김에 얼떨결에 제안한 것이긴 하지만 비록 성사되더라도 복잡한 경리상의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었다.
그가 제안한 대로 매매가격의 10퍼센트를 해외지점으로 빼돌려 해외지점에서 자신 이름으로 일시 가불 형태로 인출한 후 그 돈을 L그룹에 준다는 것은 그 액수만큼 경리부정이 발생하는 것이고,자신은 범법행위를 저지른 죄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백인홍은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저으며 이제부터는 자신의 사고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한국에서 회사를 키우려면 죄를 지어야 하고,죄를 짓게 됨으로써 권력층과는 더욱 친밀해져야겠고,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인적 보호막이 형성되고,이러한 보호막이 강해지면서 더 큰 범죄를 저지르려는 용기가 생기는 법이고,더 큰 범죄를 저지르면서 기업은 비대하게 된다고 속으로 결론지었다.
백인홍이 탄 차는 제3당의 당사 앞에 정차했다.
그는 차에서 내려 당사 안으로 들어갔다.
현재 제3당의 부총재직을 맡고 있는 도만용 전직 장관은 총재단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중이었다.
백인홍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원래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이른 시간이어서 남자비서가 안내해준 대기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권혁배 의원의 제의를 받아들여 금융계에서 인맥이 두텁고 화끈히 밀어주는 스타일로 잘 알려진 도만용에게 회사채 발행에 도움을 청하려는 참이었다.
권 의원이 이미 전화로 사정 설명을 했고,권 의원과 셋이서 여러 차례 골프회동과 주석에서도 만난 적이 있었다.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백인홍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다시 한번 제안해보면 어떨까요? 매매물건을 L그룹에서 시가 감정가의 115퍼센트로 사고 15퍼센트는 비자금으로 돌려주겠다고요"
백인홍이 윤 회장의 눈치를 살폈다.
흥미를 느끼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시가 감정 이상으로는 근본적으로 매입할 수가 없어.오너 회장이 정한 회사의 구매규칙이야"
"그럼 시가 감정으로 매입하고 구매가격의 10퍼센트를 비자금으로 돌려주면 어떨까요?"
윤 회장이 백인홍의 눈을 응시했다. "10퍼센트 비자금은 어떻게 처리하려고?"
"철저히 하겠습니다. 10퍼센트 비자금 금액만큼 저희 회사에서 해외지점으로 일단 송금한 후 외국에서 달러로 비자금을 전할 수 있습니다"
"해외지점에서는 그 자금을 어떻게 정리하려고.." "제 개인 앞으로 된 가불로 정리할 수밖에 없겠지요"
백인홍의 설명에 윤 회장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렇다면 한번 제안해보지.오너 회장이 대선자금으로 워낙 시달리는 형편이니까. 백 사장 제안에 매력을 느낄 거야"
"일이 성사되도록 선배님께서 도와주십시오.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자,그럼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점심 잘 먹었어"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 회장과 헤어져 시내를 가로지르는 차 안에서 백인홍은 착잡한 심정이었다.
매장 부동산 매매건이 보통 방법으로는 성사될 것 같지 않아 급한 김에 얼떨결에 제안한 것이긴 하지만 비록 성사되더라도 복잡한 경리상의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었다.
그가 제안한 대로 매매가격의 10퍼센트를 해외지점으로 빼돌려 해외지점에서 자신 이름으로 일시 가불 형태로 인출한 후 그 돈을 L그룹에 준다는 것은 그 액수만큼 경리부정이 발생하는 것이고,자신은 범법행위를 저지른 죄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백인홍은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저으며 이제부터는 자신의 사고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한국에서 회사를 키우려면 죄를 지어야 하고,죄를 짓게 됨으로써 권력층과는 더욱 친밀해져야겠고,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인적 보호막이 형성되고,이러한 보호막이 강해지면서 더 큰 범죄를 저지르려는 용기가 생기는 법이고,더 큰 범죄를 저지르면서 기업은 비대하게 된다고 속으로 결론지었다.
백인홍이 탄 차는 제3당의 당사 앞에 정차했다.
그는 차에서 내려 당사 안으로 들어갔다.
현재 제3당의 부총재직을 맡고 있는 도만용 전직 장관은 총재단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중이었다.
백인홍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원래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이른 시간이어서 남자비서가 안내해준 대기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권혁배 의원의 제의를 받아들여 금융계에서 인맥이 두텁고 화끈히 밀어주는 스타일로 잘 알려진 도만용에게 회사채 발행에 도움을 청하려는 참이었다.
권 의원이 이미 전화로 사정 설명을 했고,권 의원과 셋이서 여러 차례 골프회동과 주석에서도 만난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