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정상회담은 통일의 '첫걸음'

조지 토튼

분단 55년만에 이뤄지는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치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단기전망은 매우 밝다.

정상회담의 여건이 지금보다 더 좋았던 때는 없어 보인다.

한반도 주변의 어떤 나라도 정상회담을 반대하고 있지 않다.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도 남북 정상회담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전면적인 남북 교류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그러나 통일이 가까운 장래에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북한 지도층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경계하고 있으며 남한 당국자들도 통일에 따른 경제적 비용 때문에 즉각적인 통일에 회의적인 편이다.

북한 지도층은 권력유지를 위해 급격한 변화를 통제하기 위한 모든 가능한 일들을 할 것이다. 북한정권의 주된 목표가 고 김일성의 유산을 계승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급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김일성이 사망하기 전 남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하고 미국 및 일본과 우호관계를 용인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김일성도 이번 정상회담을 축하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통일을 위해 중요한 것은 북한 지도층을 합법적인 존재로 존중하면서 북한의 민주적 발전을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북한을 정확히 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김정일의 개인생활이 베일에 싸인 상태에서 그가 술을 많이 마시고 여자를 좋아하고 성격이 괴팍한 인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김정일은 열심히 일하고 지능지수가 높으며 독서량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현안에도 정통하며 주량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경제제재와 식량난 유류난 등 안팎의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북한의 대외적인 협상력은 그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서방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에 만연해 있는 비밀주의와 지난 6년에 걸친 식량난,국제교역의 부족 등은 앞으로 북한의 개방과 남북간 교역을 방해하는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도 점차적으로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와 규정을 만드는 등 변화의 노력을 보여 왔다.

비록 속도가 빠르지는 않겠지만 북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사기업 체제를 도입하며 국영기업을 민영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군사력 강화를 종식시키는 일도 남북한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무기감축 협상과정은 북한의 개방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정착과 완전한 통일을 위해 군축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남북한 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북한군부로부터의 저항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는 김정일이 남북한 군사대표와 군축방안을 논의하면서도 북한 군부를 잘 대우해야 함을 의미한다.

남한에도 역시 미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군에 대처할 수 있는 강한 군대를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군축과정은 몇년이 걸리겠지만 상호 사찰로 군축의 투명성을 높이고 장차 남북 연합형태의 한반도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주변국이 전면 군축을 위한 상설조직으로 가칭 "동북아조약기구(NEATO)"를 창설할 필요가 있다.

모든 NEATO 회원국은 역내의 군사적 조직변화나 현대화 등에 있어 신중한 논의 끝에 내려지는 결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미국도 회원국의 일원으로 역내 배치 미군에 대한 결정에 따라야 함을 의미한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이 글은 조지 토튼 미 남가주대 명예교수(정치학.한반도프로젝트 책임자)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연합뉴스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