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 '산넘고 물건너'

莫道山高水遠無知己,
막도산고수원무지기

爾看海角天涯都有俺舊第兄.
이간해각천애도유엄구제형 산 높고 물 멀어 아는 이 없다 말하지 말라.보라 바다 저쪽 하늘가 그곳에 나의 형제 살고 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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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공상임의 도화선 청패에 있는 말이다. 해방인가 하였더니 국토가 허리에서 잘려 두 동강이 나고 부모형제 일가친척이 생이별을 하였고,한 차례 참혹한 전쟁으로 산하가 피로 물이 들었었다.

이 모든 일이 어찌 우리가 원했던 것이랴.

분단 55년,그 사이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도가는 길 산이 그토록 높았고 물길이 그토록 멀게만 느껴졌었다. 이제 뭍으로 바다로 하늘로 길이 뚫리고 동포가 오가며 만나게 되었으니 맺혔던 한,쌓였던 그리움을 차분한 마음으로 한겹한겹 씻고 메워 나가자.

헤어졌던 형제가 혈연의 정을 되찾는데 어찌 헤어졌던 만큼의 세월이 필요하다 할 것이랴.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