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평양회담] 민족공영 새 기틀 .. 남북정상 첫 만남 의미

남북한 정상이 드디어 만났다.

분단 55년만에,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상봉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두손을 맞잡음으로써 남북한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지난 55년간의 대립과 갈등을 털고 평화공존과 화해.협력 및 교류의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다.

김 대통령의 이번 평양방문은 비록 2박3일간에 불과하지만 남북한의 미래를 좌우하는 "역사적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총구를 맞대온 과거를 청산하고 민족의 공존공영과 재통합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지대로 남아있는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공존이 동북아와 전세계의 평화와 안전에도 기여할 것이 때문이다. 이날 열린 첫 남북정상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돼 논의내용이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두루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서 발표한 대국민 인사말씀을 통해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터놓고 해야겠다"고 밝힌 터다. 일단 만나서 가슴속의 모든 얘기를 털어놓음으로써 오해를 풀고 상대의 생각도 알아가는 과정에서 상호이해를 넓히겠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날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실무절차합의서에 밝힌대로 "민족의 화해와 단합,교류와 협력,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에 대해 폭넓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은 당국차원의 경제협력 확대,이산가족 문제 해결,한반도 냉전종식과 평화정착,당국간 대화 정상화 등 "베를린선언"에서 제기한 4가지 과제로 압축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는 지난 92년 남북이 합의한 기본합의서의 이행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방위원장은 지난 72년의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을 실현하는 문제를 주로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 철수,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민감한 문제도 꺼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김 국방위원장은 파격적 예우로 김 대통령을 맞았다.

순안공항에 직접 영접을 나온 데 이어 김 대통령과 리무진 승용차를 함께 타고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까지 동행했다.

이어 백화원 초대소 내부를 일일이 안내하는 친절함을 보였다.

김 국방위원장의 이같은 환대분위기로 봐서 회담결과에 대한 어느 정도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협이나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시급하고 절실한 사안인 만큼 실질적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하지만 당장 큰 결실을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

김 대통령은 "만난다는 것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만나는 것 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서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부터 합의하고 나머지는 다음 정상회담으로 넘기거나 남북 당국자가 계속 논의토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산뜻한 출발만큼이나 속시원한 성과가 나올 지 주목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