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아! 통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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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기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 환송식을 취재한 뒤 택시에 올랐다.
택시기사는 "평양행 비행기가 출발한 모양이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택시기사는 이어 전날 한 할아버지 손님 이야기를 꺼냈다.
"실향민인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가족들과 함께 제 택시를 탔어요.
이달 초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몹시 건강이 좋지 않은 할아버지였어요. 노량진 수산시장에 회감을 사러 간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도중에 할아버지가 길가에 함흥냉면 식당을 보더니 고향생각이 나셨는지 무작정 내려달라고 하는 거예요"
예정에 없던 일이라 가족들이 만류해 봤지만 몸도 가누기 힘든 할아버지는 끝내 고집을 꺽지 않았다고 한다. "하도 안스러워 제가 ''할아버지.조금만 기다리세요. 통일이 되면 이 택시로 고향까지 모셔다 드릴께요''라고 위로했죠. 말씀도 제대로 못하시는 할아버지는 그저 눈물만 흘렸답니다. 할머니도 울음을 터뜨렸어요. 가족들도 울고,저도 울고..."
어느새 택시기사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통일. 55년의 세월동안 입버릇처럼,때로는 건성으로 외쳐댔던 말이지만 이 할아버지에게는 한가닥 남아있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서울공항을 떠나기 전 방북 수행원들은 한결같이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 모든 문제를 이번 한 번만에 해결할 수는 없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백이면 백,천이면 천,남과 북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7천만이 하나가 되는 날이 반드시 온다는 믿음은 남과 북의 치밀한 이해관계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이날 남과 북의 동포들은 이런 믿음이 있음을 보여줬다.
서울공항 환송식과 평양 순안공항 환영식을 지켜본 국민 대부분이 가슴 뭉클함을 느낀 것이 그 예다.
초등학교 어린이 합창단의 "우리의 소원"노래속에서,평양 주민들의 "만세"함성속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이 생중계되자
TV를 보던 시민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불신과 미움과 오해를 훌훌 털어버리고 7천만이 하나가 된 오늘같은 날이 계속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남국 정치부 기자 nkkim@hankyung.com
택시기사는 "평양행 비행기가 출발한 모양이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택시기사는 이어 전날 한 할아버지 손님 이야기를 꺼냈다.
"실향민인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가족들과 함께 제 택시를 탔어요.
이달 초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몹시 건강이 좋지 않은 할아버지였어요. 노량진 수산시장에 회감을 사러 간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도중에 할아버지가 길가에 함흥냉면 식당을 보더니 고향생각이 나셨는지 무작정 내려달라고 하는 거예요"
예정에 없던 일이라 가족들이 만류해 봤지만 몸도 가누기 힘든 할아버지는 끝내 고집을 꺽지 않았다고 한다. "하도 안스러워 제가 ''할아버지.조금만 기다리세요. 통일이 되면 이 택시로 고향까지 모셔다 드릴께요''라고 위로했죠. 말씀도 제대로 못하시는 할아버지는 그저 눈물만 흘렸답니다. 할머니도 울음을 터뜨렸어요. 가족들도 울고,저도 울고..."
어느새 택시기사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통일. 55년의 세월동안 입버릇처럼,때로는 건성으로 외쳐댔던 말이지만 이 할아버지에게는 한가닥 남아있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서울공항을 떠나기 전 방북 수행원들은 한결같이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 모든 문제를 이번 한 번만에 해결할 수는 없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백이면 백,천이면 천,남과 북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7천만이 하나가 되는 날이 반드시 온다는 믿음은 남과 북의 치밀한 이해관계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이날 남과 북의 동포들은 이런 믿음이 있음을 보여줬다.
서울공항 환송식과 평양 순안공항 환영식을 지켜본 국민 대부분이 가슴 뭉클함을 느낀 것이 그 예다.
초등학교 어린이 합창단의 "우리의 소원"노래속에서,평양 주민들의 "만세"함성속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이 생중계되자
TV를 보던 시민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불신과 미움과 오해를 훌훌 털어버리고 7천만이 하나가 된 오늘같은 날이 계속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남국 정치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