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4연승' 할까 .. FRB 의장 4번째 임기 개시

미국 역사상 최장기 경제성장을 이끌어 오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70)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20일 4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오는 2004년 6월20일까지로 예정된 4번째 4년 임기를 마치게 되면 지난 70년까지 19년간 FRB의장을 지낸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에 이어 두번째 최장수 의장이 된다. 그린스펀이 지난 87년 폴 볼커 의장 후임으로 취임,13년동안 재임하는 동안 미국경제는 90년에 8개월간 하강국면을 보였을 뿐 사상 유례없는 장기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는 현재 과열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FRB는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 1년간 금리를 인상해 왔다.

이에대해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FRB의 금리인상이 과도한 나머지 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4년의 임기는 그가 역대 FRB의장중 가장 훌륭한 인물로 기억되느냐, 아니면 그동안 쌓았던 공적을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해 평범한 인물로 남느냐의 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등 최근 발표된 몇가지 경제지표는 미국의 경기가 다소 수그러 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FRB도 최근 발표한 베이지북 경기보고서에서 미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공식 인정했다. 폭락세로 돌아섰던 나스닥시장도 서서히 기력을 회복해 가고 있다.

이처럼 경기둔화 현상이 주식시장을 비롯,금융시장에 갑작스런 충격없이 서서히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미국경제는 소위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고 그린스펀은 가장 위대한 정책결정자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덴 위터는 20일 "미경제의 연착륙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주목을 끌었다.

이 회사의 국제투자분석가인 바튼 빅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경제는 오랫동안 호황을 누렸고 주식시장도 크게 성장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FRB가 경제를 연착륙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경제가 경기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그에따라 증시에도 침체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경제라는 초대형 항공기의 기장 그린스펀이 향후 4년간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칠지 세계의 이목이 새삼 집중되고 있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