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남북회담과 미국의 속내

남북대화의 진행속도 그리고 그에따른 파장을 보는 미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겉으로는 "축하" "전폭적 지지" "햇볕정책의 승리" 등의 외교적 수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이 속으론 적지않게 당황해하고 언짢아 하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후 김대중 대통령이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브리핑을 하고,그것도 모자라 황원탁 외교안보수석을 대통령특사로 보내 부연설명을 했지만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화급히 중국과 서울을 찾는 모습은 "그래도 뭔가 궁금한 것이 많다"는 미국의 속내를 대변하는 단적인 예다.

21일 헤리티지가 마련한 한반도문제세미나 또한 미국사람들의 속내를 좀더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 무대였다.

패널리스트의 한 사람으로 나온 척 다운즈는 "남북회담 후 남한에는 북한기가 거리낌없이 펄럭이는 반면 미국 성조기는 불태워지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그는 "선을 넘어-북한의 협상전략 ( Over the Line:North Korea"s Negotiating Strategy )"이라는 저서를 갖고 있다.

북한의 모든 것을 협상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그는 "외부에 나타난 남북정상회담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국과 한국을 이간질하려는 기본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찰스 프리차드 미 국가안보위원회 연구위원도 "아버지와 장인 모두 한국전에 참전했다. 그들의 희생이 가볍게 평가돼서는 곤란하며 신뢰(trust)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군은 한반도뿐 아니라 지역의 균형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며 일부의 미군철수 주장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오는 25일 워싱턴에서는 6.25참전 5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참석,개막연설을 하는 등 6.25에 대한 비상한 관심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들리는 기념식 분위기가 싸늘하다는데 대해 미국은 크게 놀라고 있다.

한국이 무엇인가에 쫓기듯 분위기를 억지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남북간 화해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방의 이러한 우려도 무시해선 안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워싱턴 = 양봉진 특파원 www.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