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출요청 2배 증가...지원은 소극적 .. '은행 창구 어떤가'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채권 시장이 마비되면서 기업들이 은행에 돈을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기업에 대출을 늘려줄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금지원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합병 바람에 휘둘리는 약자(弱者)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자금을 꿰어찬채 잔뜩 웅크려 있다.

최근 은행 여신심사위원회에 올라오는 기업대출 신청 건수는 한달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이달초까지만 해도 여신심사위원회에 올려야 하는 대출신청건수가 일주일에 4~5건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0건을 넘어서고 있다"며 "회사채와 CP를 연장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기업의 요청을 받아들이려 해도 대출요청건수가 너무 많아 전부 수용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한빛은행 관계자도 "대출신청금액이 3백억을 넘어서는 경우 다음달에 보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반기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대출에 일정한 한도를 둘 수밖에 없다"며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기업이더라도 이달말까지는 돈을 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최근들어 기업대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민은행도 요청건수가 너무 많아 고심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투신사와 은행신탁을 떠난 고객들이 은행에 예금을 맡겨 자금은 충분하다"면서도 "채권시장이 기능을 잃은 상황에서 기업에 충분한 돈을 빌려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대출심사역들은 여신심사위원회에 상정한 대출신청이 번번이 거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한빛은행의 한 대출심사역은 "재무구조나 사업전망에 별 문제가 없는 기업에 돈을 빌려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는데 금액이 커 본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시장이 불안해져 일부 기업들의 경우 미리 돈을 꾸려는 가수요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기업여신 관계자는 "은행 합병과 금융구조조정, 잠재부실여신 점검 등으로 은행원들이 움추려들고 있다"며 "상반기 결산이 끝나야만 기업의 자금난이 다소 완화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