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00) 제1부 : 1997년 가을 <9> '추적'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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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이정숙의 시신을 뒷좌석에 실은 채 죽은 아내와 의논하기 위해 아내 무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는 최형식의 말은 거짓임이 분명했다. 최형식은 이정숙을 암매장하기 위해 그곳으로 가고 있었을 것이고,자신의 자수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미 암매장을 끝냈을 가능성이 컸다.
황무석은 곧장 경찰서로 가 최형식을 고발해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죄라면 가까이서 모시고 있는 회사 오너의 처에 대한 불륜여부를 확인하려고 부탁한 죄밖에 없다고 하면 될 것이다. 그런 도덕적인 이유와 오너가 겪고 있는 고뇌를 덜어주고자 그런 시도를 했다고 주장하면 되는 것이다.
대해실업 주가조작에 대한 이정숙의 협박사실과 자신이 주가조작의 주모자이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날 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진성호의 지시도 없이 최형식을 시켜 이정숙의 불륜관계를 추적토록 했다는 사실이 꺼림칙했다. 만약 이 사건이 드러나게 되어 자신의 이름이 신문에 오르내리거나 법정에 출두하여 증언하거나 하는 게 자신에게 이로울 리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암매장한 것이 사실이고 최형식이 자수를 거부한다면 최형식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고발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황무석은 구기터널이 눈에 들어오자 길 한쪽에 차를 세웠다.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최형식을 직접 만나기 전 암매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암매장이 확인되면 자수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최형식을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이로울 게 없었다.
"여보세요?"
최형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상상했던 대로 안정된 목소리였다.
"형식아,나한테 거짓말하면 안 돼.암매장했어? 안했어?"
"..."
아무런 답이 없었다.
"사실대로 얘기해.암매장했어,안했어?"
그때 킬킬거리는 웃음소리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사람이 잔인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후면 돌변한다는 말이 사실인 듯했다.
"십자가 아래 잘 모셨어요. 지금쯤 치료를 받고 있을 거예요"
최형식의 냉소기가 섞인 말이 들려왔다.
황무석은 최형식이 정신이상 상태라고 믿었다.
십자가 아래 모셨다는 말은 암매장했다는 뜻이고 치료를 받고 있다는 말은 저승으로 갔다는 말을 의미한다고 황무석은 결론지었다.
"지금 당장 자수해.형식이가 정 안한다면 내가 고발할 거야"
"아저씨가 저를 고발한다고요?"
최형식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그 방법밖에 없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황무석은 순간 최형식에게 좀 심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형식아,내 진심은 그렇지 않아.어떻게 너를 고발할 수 있겠어.자수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 말이야"
황무석이 나직이 말하며 최형식을 설득할 방법을 생각했다.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그가 자신에게 물은 질문이었다. 과거 그의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사람들이 "돈 문제가 아니지만..." 하고 얘기를 시작할 때는 실제로 항상 돈이 문제였음을 기억했다.
그러나 돈 얘기를 무턱대고 꺼낼 수 없었다.
이정숙의 시신을 뒷좌석에 실은 채 죽은 아내와 의논하기 위해 아내 무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는 최형식의 말은 거짓임이 분명했다. 최형식은 이정숙을 암매장하기 위해 그곳으로 가고 있었을 것이고,자신의 자수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미 암매장을 끝냈을 가능성이 컸다.
황무석은 곧장 경찰서로 가 최형식을 고발해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죄라면 가까이서 모시고 있는 회사 오너의 처에 대한 불륜여부를 확인하려고 부탁한 죄밖에 없다고 하면 될 것이다. 그런 도덕적인 이유와 오너가 겪고 있는 고뇌를 덜어주고자 그런 시도를 했다고 주장하면 되는 것이다.
대해실업 주가조작에 대한 이정숙의 협박사실과 자신이 주가조작의 주모자이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날 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진성호의 지시도 없이 최형식을 시켜 이정숙의 불륜관계를 추적토록 했다는 사실이 꺼림칙했다. 만약 이 사건이 드러나게 되어 자신의 이름이 신문에 오르내리거나 법정에 출두하여 증언하거나 하는 게 자신에게 이로울 리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암매장한 것이 사실이고 최형식이 자수를 거부한다면 최형식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고발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황무석은 구기터널이 눈에 들어오자 길 한쪽에 차를 세웠다.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최형식을 직접 만나기 전 암매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암매장이 확인되면 자수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최형식을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이로울 게 없었다.
"여보세요?"
최형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상상했던 대로 안정된 목소리였다.
"형식아,나한테 거짓말하면 안 돼.암매장했어? 안했어?"
"..."
아무런 답이 없었다.
"사실대로 얘기해.암매장했어,안했어?"
그때 킬킬거리는 웃음소리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사람이 잔인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후면 돌변한다는 말이 사실인 듯했다.
"십자가 아래 잘 모셨어요. 지금쯤 치료를 받고 있을 거예요"
최형식의 냉소기가 섞인 말이 들려왔다.
황무석은 최형식이 정신이상 상태라고 믿었다.
십자가 아래 모셨다는 말은 암매장했다는 뜻이고 치료를 받고 있다는 말은 저승으로 갔다는 말을 의미한다고 황무석은 결론지었다.
"지금 당장 자수해.형식이가 정 안한다면 내가 고발할 거야"
"아저씨가 저를 고발한다고요?"
최형식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그 방법밖에 없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황무석은 순간 최형식에게 좀 심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형식아,내 진심은 그렇지 않아.어떻게 너를 고발할 수 있겠어.자수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 말이야"
황무석이 나직이 말하며 최형식을 설득할 방법을 생각했다.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그가 자신에게 물은 질문이었다. 과거 그의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사람들이 "돈 문제가 아니지만..." 하고 얘기를 시작할 때는 실제로 항상 돈이 문제였음을 기억했다.
그러나 돈 얘기를 무턱대고 꺼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