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우려에 두손든 메가머저 .. 월드컴-스프린트 합병 무산

미국 법무부는 27일 자국내 2.3위 장거리전화업체들인 월드컴과 스프린트의 합병건에 대해 "점유율이 최소 30%가 넘게 돼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며 이를 저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따라 월드컴과 스프린트는 유럽연합(EU)집행위에 제출한 합병승인 신청을 거둬들였다. 양사의 합병승인 신청 철회는 당초 28일로 예정됐던 EU집행위의 합병심사에서도 "거부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당시 세계최대 규모(1천1백50억달러)의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주목을 받았던 월드컴-스프린트 합병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또 이번 사건의 파장으로 지난해부터 전세계를 강타해온 "메가머저" 열기가 어느정도 수그러들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독점 시비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지분 처분이나 분사 등을 통해 억지로 시장점유율을 낯춰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합병 당사자들간의 이해대립과 마찰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월드컴-스프린트건 말고도 메머드급 기업들이 정부나 소비자단체의 독점 견제로 합병에 발목을 잡혀 있다.

미국 1위의 장거리전화업체이자 굴지의 케이블업체인 AT&T는 미디어원의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지만 미디어원이 소유한 타임워너의 지분 25%때문에 소비자동맹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지분을 AT&T가 가져가게 되면 케이블업계의 공정경쟁을 저해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과 공룡 미디어업체인 타임워너의 합병 역시 "반독점 도마" 위에 올라있다.

따라서 멀쩡한 기업을 분사하거나 M&A에 제동을 거는 식으로 반독점 행태를 다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불타는 정부의 칼에 맞지 않으려면 "대항"보다는 "타협"이나 "로비"하는 전략을 써야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칩메이커 인텔이 대표적인 "타협형"이다.

지난해 반독점 혐의로 제소당했던 인텔은 정부에 맞서지 않고 핵심 기술을 공개함으로써 법제제에서 벗어났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