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캐피털] 리딩 캐피털 : '벤처캐피털업계 큰손은 누구?'

벤처기업의 신화에는 벤처캐피털이 있다.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성장에는 자금을 투자하고 기업을 조련시킨 1천여개 벤처캐피털이 있다. 한국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98년말부터 국내에 불어닥친 벤처열풍에는 기업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벤처캐피털과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새로운 산업의 조류를 형성하고 있는 벤처기업.그들을 움직이는 벤처캐피털업계의 큰 손들을 집중 조명한다. 서갑수 한국기술투자사장은 "승부사"로 통한다.

이거다 싶으면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벌면 많이 벌고 잃으면 크게 잃는 스타일이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실리콘이미지에 투자,50배의 차익을 내기도 했지만 97년 외환위기이후 20여개 투자기업이 부도를 내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서 사장은 "하이리스 하이리턴"의 전형을 추구하고 있는 벤처캐피털인 셈이다.

그는 올해로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20년을 맞이한다. 심사역에서 출발,벤처캐피털회사의 대표로 입지전적인 인물로 성장했다.

하지만 서 사장이 업계에 입문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서울대 화공학과를 졸업한 서 사장은 호남석유화학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81년 5월 KTB네트워크의 전신인 한국기술금융에 입사했다.

KTB네트워크는 그의 산업계 경력을 높이 사 자금지원여부를 결정하는 심사부장자리를 대뜸 맡겼다.

물론 초기엔 실패도 많았다.

그러다 83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인 스탠퍼드대학 연수를 통해 벤처에 대한 새로운 눈을 떴다.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투자한 기업이 지금의 메디슨.메디슨은 96년 기업을 공개했고 그에게 10배의 수익을 안겨줬다.

그후 그의 투자는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는 한국에 벤처캐피털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데 기여했다.

정부가 85년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을 제정하고 창업투자회사를 만들때 그는 벤처투자는 융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벤처투자는 아무 조건없는 순수한 투자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86년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기술투자의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 터보테크 마크로젠 등 벤처기업의 선두주자를 발굴했다.

그는 벤처기업의 가능성을 탐색할때 가장 먼저 사람을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능력있는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는 것이 벤처캐피털의 역할"이라고 잘라 말한다.

권성문 KTB네트워크 사장은 국내 최고의 M&A(기업인수합병)전문가.

부실기업을 사들여 알짜회사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미래와 사람의 "냉각캔"사건으로 주가조작 혐의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그를 따라 다니며 괴롭히고 있지만 기업에 잠재해 있는 가능성을 파악하는 그의 수완은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평가이다.

그는 지난 96년 3월 영우통상을 인수한 후 되팔아 단기간에 10억원 가까이 차익을 남겼다.

96년 11월 인수한 섬유회사 군자산업을 1년만에 순이익 73억원의 알짜기업으로 만들었다.

99년 군자산업이 이름을 바꾼 미래와 사람을 통해 덩치가 훨씬 큰 KTB네트워크를 인수했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 "새우가 고래를 삼킨 사건"으로 말하기도 했다.

권사장은 특히 "돈냄새"를 맡는 뛰어난 후각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된다.

미래와 사람 사장시절인 지난 97년 해외여행도중 벤처투자가 큰 흐름을 이루는 것으로 보고 인터넷 기업에 투자를 시작할 정도다.

물론 그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가 즐겨 사용하는 미국식 M&A방식,즉 레버리지를 이용한 M&A방식이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밑천 한 푼없이 M&A시장에 뛰어들었던 그가 상장기업을 잇따라 인수할 수 있었던 자금원은 다름아닌 제3의 원매자나 기존 대주주,증시자금이었다.

자본잠식된 부실기업을 사들여 재무구조를 개선시킨뒤 재매각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는 KTB네트워크를 세계적인 투자회사로 주목받고 있는 워렌버팻의 벅세 헤드웨어처럼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삼성물산 수출팀에서 근무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미주리주립대에서 MBA를 따면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출발했다.

권 사장은 "M&A는 조작이나 음모로 경영권을 탈취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제휴나 경영권교체를 통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고경영자라면 M&A전략을 꿰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화 메디슨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사장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본업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벤처캐피털리스트 못지 않은 감각으로 벤처군단을 만들어 한국의 벤처산업을 리드하고 있다.

이민화 회장은 특히 전문성과 논리가 돋보인다.

그는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초음파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85년 후배 3명과 함께 5천만원의 자본금을 모아 서울 역삼동에 20평짜리 사무실을 빌어 의료장비업체인 메디슨을 창업했다.

메디슨이 메디다스 등 20여개 의료관련 전문기업을 거느린 벤처군단으로 성장하게 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는 창업초기부터 자신의 기업철학을 이론적으로 정립했다.

먼저 공동의 문화의식이 모든 조직원 사이에 공유돼야 한다는 기업의 목표가 달성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업이념을 문화의 수준으로 보편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는 벤처산업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인간존중을 통한 국부창출이라는 "벤처대국론"으로 요약되고 있다.

동원증권 지점장 출신은 박현주 사장은 증권사와 투신운용사 창투사 벤처인큐베이터를 갖춘 벤처업계의 큰 손이다.

98년 IMF 여파가 몰아칠때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제일 먼저 투자를 결정할 정도로 벤처투자에는 남다른 후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의 "코스닥&벤처펀드"를 통해 우량기업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서울 대치동의 "미래에셋 벤처타운"은 그의 벤처투자의 일단을 보여준다. 향후 2~3년안에 이곳에는 50여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미래에셋으로부터 경영전략 기술개발 자금조달 등 경영전반을 지원받게 된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