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긴밀한 공조 다짐 .. 李외무 러시아방문 결산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이 러시아를 공식방문한 가장 큰 목적은 러시아를 계속 "우리편"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달 취임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위대한 러시아"의 재건을 내세우며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기존의 우호관계를 보다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올해로 수교 10년째인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한반도 주변 4강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처럼 인식돼 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푸틴 체제의 등장으로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러시아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계(NMD)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지난 2월 북한과의 신조약 체결로 대북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다음달 21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막되는 G8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과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미국이 NMD 강행의 구실로 삼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경우 NMD 문제에 관한 러시아의 입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 장관이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지속적인 협력과 지지를 요청한 것은 이같은 정세 변화를 감안한 것이다.푸틴 대통령의 방한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의 공조강화를 제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양국간 실질협력 강화방안도 심도있게 논의됐다.

특히 끊어진 경의선을 복구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 "철의 실크로드"를 건설하는 방안에 대해 러시아측은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나호드카 한.러공단 건설사업,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 등의 원활한 추진방안도 협의했다.특히 러시아는 과거 북한에 김책제철소나 동평양화력발전소 등을 지어준 사례를 들어 러시아의 기술설비와 남한의 자본,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한 3각 경제협력방안 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모스크바=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