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역계열분리 반려 .. 공정위 "車그룹 분리가 합당"

현대가 30일 현대자동차 계열을 남겨둔채 현대건설 현대전자 등 주요 계열사를 그룹에서 분리하는 "역계열 분리" 신청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 제출했으나 곧바로 반려됐다.

현대는 사전에 공정위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역계열 분리에 대한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으나 이날 신청서를 냈다.이날은 현대가 채권단에 약속했던 현대차 계열분리 시한이다.

현대는 신청서에서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자동차를 제외한 현대건설측 계열사에 대한 지분 정리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따라서 정 전 명예회장이 9.1%를 보유한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기업집단 "현대"로부터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지배하는 현대건설 등 25개사를 친족분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러나 현대의 계열분리 신청이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접수 직후 반려했다.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은 "친족분리는 동일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에서 친족 계열사가 분리되는 것으로 지난달 25일 현대의 동일인이 정 전 명예회장에서 정몽헌 회장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동일인 자신의 친족분리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현대건설 등 비자동차부문의 자산총액이 57조원이고 자동차 부문의 자산총액은 31조원인 상황에서 현대측의 분리안을 인정할 경우 57조원 규모의 기업집단이 30대 그룹에서 제외돼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금지 등의 적용이 2년간 유예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또 현대자동차 지분을 볼때 정몽구 회장이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고 현대측의 주장대로 정 전 명예회장을 자동차부문의 동일인으로 보기 어려우며 현대의 3부자 동반퇴진 선언과도 배치된다고 밝혔다.공정위는 이어 정몽헌 회장을 동일인으로 하는 현대그룹에서 정몽구 회장이 지배하는 자동차그룹이 계열분리되는 것이 법에 맞다며 이를 위해 정 전 명예회장 9.1%, 현대건설 0.5%를 합한 9.6%의 자동차 지분을 3% 아래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역계열분리 신청은 현대가 채권단과의 약속시한을 형식적으로 지키고 공정위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곧 공정거래법의요건을 충족해 제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