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03) 제1부 : 1997년 가을 <10> '의혹'(2)

글 홍상화

"사건 발생 장소는 어디였습니까?" 진성구가 형사에게 물었다.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정숙씨의 자가용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

형사가 잠시 머뭇거렸다. 다른 형사가 그의 말을 이어갔다.

"단순한 자동차 사고가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납치 가능성도 있지요..."

"납치하려다 마음을 바꿨다는 말입니까?" 진성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건 단순한 가능성입니다. 혹은 이정숙씨를 협박하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고..."

형사가 말끝을 맺지 못하며 진성구를 빤히 쳐다보았다. "진성호씨와 이정숙씨가 별거상태에 있다면서요...이혼합의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요..."

다른 형사가 말했다.

"그들 사생활 문제에 대해선 저도 모릅니다.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했나요?"

"이정숙씨 부친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진성구는 어이가 없었다.

그들의 말투에 진성호를 의심하고 있음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해외출장중임을 그들도 알고 있으므로 진성호가 사주했다는 가능성을 배재하지 않고 있는 듯했다.

"잘못 생각하는 것 같군요. 제 동생은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아닙니다"

진성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 단장께서 저희들이 무엇을 잘못 생각한다고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들은 지금 어떤 추측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형사가 말했다.

그때 진미숙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오빠,병원에 있는 제 친구와 통화했어요. 병원으로 가보려고 해요. 드레스 리허설은 오후로 연기했어요. 내가 늦게 오면 나 없이 그냥 하라고 했어요"

진미숙이 두 형사와 진성구에게 동의를 구하는 시선을 보냈다.

진성구와 형사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미숙은 사무실을 나갔다.

한 형사가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한 후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김명희씨가 지금 뮤지컬에 출연중이지요?"

남아 있는 형사가 말했다.

"네,김명희씨도 수사대상입니까?"

"진성호씨 부부의 불화원인이 김명희씨라고 해서요"

"그 정보도 이정숙씨 가족에게서 나온 것입니까?"

진성구의 물음에 형사는 침묵했다.

방금 전 나간 형사가 사무실로 다시 들어왔다.

"사고 발생장소는 확인되었습니다. 스위스 그랜드 호텔의 지하주차장입니다. 이정숙씨의 차가 그곳 주차장에서 발견되었답니다.
증인은 없지만 차 사고가 난 흔적이 주차장 바닥에서 확인되었고요. 추측컨대 이정숙씨가 차를 타러 가다가 치인 것 같습니다"

"우발적인 사고라는 게 증명된 셈이군요"

진성호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직 단언할 때가 아닙니다. 또다른 새로운 정보도 포착되었으니까요..."

"무슨 정보요?" "사건 해결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정보라는 사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