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임대료/교통지옥 테헤란밸리 '엑소더스'

테헤란밸리를 떠나자.

살인적인 임대료와 만성적인 교통지옥 테헤란밸리를 탈출하는 벤처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외곽이나 강북으로 옮겨 널찍한 사무실을 마련하자는 바람이 일고 있는 것.

대기업이나 중견그룹과의 업무제휴로 더이상 이 곳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사무실임대 만료일이 몰려있는 9월과 10월에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리눅스코리아(대표 박혁진)는 1년반동안의 역삼동 생활을 정리하고 오는 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롯데백화점 부근으로 이사간다.

새 사무실의 평당 임대료는 2백만원.

테헤란밸리에서는 최소한 4백만원에서 6백만원은 줘야해 외지로 나가기로 한 것이다. 사무실이 50평에서 1백84평으로 넓어지게 돼 사장실과 수면실도 만들 계획이다.

인터넷 무료 전화사업을 하는 큰사람컴퓨터(대표 이영상)가 지난달 강남 논현동을 떠나 서울 서소문 제일생명빌딩으로 옮긴 것은 교통문제 때문.

"테헤란로는 교통지옥으로 변한지 오래다. 강북 중심지로 오니 한국통신,정보통신부 등 관련 업체나 기관을 찾아가기가 훨씬 편해졌다"는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사를 하면서 사무실을 2배로 넓혔다.

의료정보기술 업체인 우신정보기술(대표 안명수)은 중견기업과의 업무협력 때문에 옮긴 케이스.

삼도물산과의 전략적 제휴 때문에 서울 중구 순화동 삼도빌딩으로 이사했다.

우신정보기술은 삼도물산의 시스템통합과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스템 지원하고 있다.

강북으로 옮긴 기업에는 나눔기술과 CCR도 있다.

전자결제시스템 업체인 나눔기술은 서초동 본사에 있던 개발.영업팀을 중구 다동으로 옮겼고 웹브라우저 개발 벤처기업인 CCR는 개발부를 남대문 근처로 이사했다.

복잡한 환경을 피해 주택가로 옮기는 사례도 있다.

임신.육아 포털 베베타운(대표 박신영)이 그런 경우.

테헤란 대로에서 삼성동 주택가로 이사한뒤 아담한 사무실에 대화하고 쉴 수 있는 테라스를 만들었다.

이전과 달리 포근함이 물씬 풍긴다.

덕분에 직원들이 야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박 사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야하는 벤처들에게 시끄럽고 복잡한 테헤란밸리는 좋지 않다"고 말한다.

테헤란밸리를 벗어나는 기업이 늘면서 곳곳에 새로운 벤처타운이 생겨나고 있다.

마포구 동교동 성수밸리 구로공단 등이 바로 그곳.

그린바이오텍(대표 이재호)은 마포구 동교동에 마케팅을 위한 사무실을 따로 마련했다.

교통이 편리한 이 근방에는 버추얼텍 미디어솔루션 유진사이언스 네스테크 등 내로라하는 벤처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다.

성수밸리는 한양대 벤처동문회가 중심이 돼 조성하는 새로운 벤처타운.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진정한 산학협동 방식의 첨단 벤처기지로 만들자는 것이다.

비트컴퓨터를 비롯한 1백여 벤처기업이 이곳에 둥지를 틀 계획이다. 마일스톤벤처투자 서학수 사장은 "연구개발에 많은 자금을 들여야 하는 벤처기업들에게 테헤란의 높은 임대료는 큰 부담이다"며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벤처기업들이 임대료를 내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어 올 가을에는 테헤란밸리 엑소더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욱진.김동욱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