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레이더] KDI "정부눈치 안보겠다" .. 연구결과 간섭 반발

국책 연구기관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연구기관은 정부와 협의없이 단독으로 연구결과를 발표하겠다며 반발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들은 최근 연구보고서가 정부 관계자들에 의해 잇달아 축소 또는 수정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앞으로 사안에 따라서는 독자적으로 보고서를 발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말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에 관해 연구 보고서를 작성, 배포하려던 KDI의 A연구위원은 재경부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 내용을 문제삼아 수정을 요구해 오자 이달초까지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벤처산업의 발전전망과 정책과제를 준비했던 B 연구위원의 경우 당시 코스닥 시장이 폭락세라는 이유로 정부에서 발표를 미루도록 요청, 발표를 1주일 이상 늦추기도 했다.KDI의 한 연구위원은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보고서중 상당수는 해당 부처와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민감한 부분은 수정되거나 삭제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연구기관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경우 당시 연구결과가 단기적으로 지나치게 한국에 불리하게 나오자 급히 수정작업을 거치는 해프닝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한.일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해당 부처의 주장과 배치되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여러 단서조항을 달아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서였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를 해치는 역효과만 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