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제 리포트] '씨랜드 추모관' 사이버 장묘문화 제시

"너의 향긋한 냄새는/ 너의 침대 베갯잇에도/ 너의 꼬꼬마 인형의 때묻은 뺨에도/ 사진속의 네 미소에도 남아 있는데.../ 왜 그리 꼭꼭 숨었니?"

3차원 가상현실 다다메모리얼파크의 씨랜드추모관에 걸린 추모시의 한 구절이다. 이 시는 주부 박경란씨가 쓴 것으로 제목은 "푸른하늘 열아홉송이 천사꽃 피었습니다"이다.

박씨는 1년전 씨랜드 화재로 숨진 19명의 유치원 아이들의 명복을 기리며 이 시를 지어 이곳에 올려 놓았다.

2층 추모실에는 희생된 어린이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한결같이 활짝 웃는 천사의 모습이다.

혜지는 양손 집게손가락을 이마 위에 붙이고 토끼 흉내를 내고 있다.

게시판을 보니 혜지는 그네타기를 좋아하고 원피스를 즐겨입으며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소영이는 빨간 수영복을 입고 있다.

옆에는 엄마 아빠 오빠랑 찍은 가족사진도 걸려 있다.

추모객들의 발길은 참사 1주년이 지난 뒤에도 끊이지 않고 있었다. 추모관 게시판에 남겨진 네티즌들의 글에는 숨진 어린이들을 기리는 마음이 진하게 배어 있다.

이봉주씨는 "유족들의 슬픔이 저의 슬픔이 되어 눈물을 흘렸습니다. 희생된 어린이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라고 써놓았다.

재민이 아빠 이병희씨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어린 아이들을 먼저 보낸 부모의 찢어지는 마음을 헤아리기란 쉽지 않을 듯 싶습니다. 그저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씨랜드추모관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있다.

인터넷이 시간과 공간은 물론 생사까지 넘나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참사 1주년째 되던 날 유족들은 아바타(분신)로 살아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의 아바타는 엄마 아빠를 부르며 "하늘나라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어요","다시 만날 때까지 엄마 아빠 힘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모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바타를 움직이는 줄 알면서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씨랜드추모관은 다른생각다른세상(www.dadaworlds.com)의 자회사인 다다메모리얼닷컴이 가상공간인 메모리얼파크에 유치한 첫번째 추모관이다.

씨랜드참사 1주년째인 지난달 30일 개관한 이 추모관은 장묘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역사적인 가상공간이다.

언젠가는 현실세계의 공동묘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다다메모리얼닷컴은 메모리얼파크를 세계적인 가상현실 공원묘지로 꾸민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추모관 분양 준비도 끝마친 상태이다.

국무총리를 지낸 한 기업인은 사석에서 "내가 죽거든 3차원 가상현실공간에 추모관을 지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씨랜드추모관에서 만난 다다메모리얼닷컴의 한 직원은 "인터넷이 장묘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놓고 있다"면서 "씨랜드추모관은 출발에 불과하다"고 알려줬다.

인터넷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좀더 빨라지면 사이버추모관은 현실 한가운데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매장 성묘 제사 등 유교사회의 장묘문화는 인터넷시대를 맞아 대전환을 맞게 됐다.

생과 사의 구분마저 애매해질 수도 있게 됐다. 씨랜드참사 희생자인 배한슬의 엄마는 추모관내 한슬이방에 "한슬아! 네 장난감은 걱정하지 마.엄마가 잘 지키고 있을께.우리 이땅에서 다 누리지 못한 행복 훗날 하늘나라에서 만나 길게 누리자"라고 써놓았다.

김광현 기자 khkim@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