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부동산] '가수요 바람'에 흔들리지 말자

올들어 침체를 지속했던 아파트 분양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용인 죽전에서 분양된 조합아파트에는 "밤샘 줄서기"가 등장했고 이달초 공급을 시작한 분당 백궁역일대 주상복합아파트에는 청약금액만 1조원정도 몰렸다는 후문이다. 일부에선 이같은 현상은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하는 신호탄이라는 성급한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8월부터 수도권 준농림지 건폐율과 용적률이 낮아지는 등 난개발 대책 영향으로 주택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이는 신규 아파트 및 기존 주택시장에 파급을 미칠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6일까지 청약접수를 한 분당 백궁역일대의 현대산업개발 I.스페이스는 1천71가구 공급에 1만여명이 몰렸다. 29~33평형 1백82가구에는 6천5백여명이 청약,경쟁률이 35대1에 달했다.

인근의 삼성 미켈란도 8백3가구 공급에 6천명이상이 청약을 마쳤다.

지난 6월 서울 동시분양에서도 동부이촌동 LG아파트 27평형은 무려 3백62대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25억원인 92평형과 93평형도 각각 18.5대1과 28대1의 청약률을 나타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분양시장이 침체국면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 거래되는 프리미엄과 계약률이 저조한 탓이다.

가수요자와 "떳다방"들이 대거 가세해 청약시장의 물을 흐려놓고 있어서다.

동부이촌동 LG 93평형의 경우 청약직후 프리미엄이 1억원에 달할 것이란 말이 돌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계약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단기차익을 겨냥한 일부 떳다방들이 의도적으로 부풀리기 작업을 하다 여의치 않자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당 백궁역일대 주상복합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높은 청약률에도 불구하고 실제 프리미엄은 층과 방향이 좋은 일부 가구에만 2천만원안팎 붙을 것이란 것이 현지 부동산업소들의 귀띔이다.

더욱이 앞으로 분당에서 쏟아질 물량이 3천가구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리미엄은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실수요자들은 가수요자나 떳다방들이 조성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청약"을 하다간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낭패만 볼 수가 있다.

일반분양 아파트나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주상복합아파트나 모델하우스를 몇차례 방문해 실수요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실제 계약률을 면밀히 살핀후 매입해도 늦지 않다. 부동산에 투자할때도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격언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