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회사띄우기 너무 하다

최근 K창업투자는 1백억원 규모의 여성벤처펀드(투자조합)를 이달안에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벤처업계에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 무척 반길 일이라고 판단했다. 기자는 심층 취재를 위해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K창투측 반응은 예상밖이었다.

"보류됐다" "늦어질 것 같다"며 기사를 내지 말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재단법인 한국여성기금의 자금을 받고 여성경제인협회와 협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해명과 함께. 불과 열흘만에 말이 바뀐 게 이상했다.

여경협측에 확인해봤다.

여경협 담당자는 "전화로 이야기만 나누었을 뿐 구체적인 실무가 진행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국여성기금쪽에서는 "현재 모인 기금은 다 합쳐야 22억6천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 기금이 특정 창투사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제도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K창투에 다시 문의했다. 이번엔 아예 엉뚱한 발뺌을 했다.

"원래 투자조합을 만들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여성기금이 만들어지면 그 기금의 운영을 맡아보겠다는 게 조합을 결성한다는 말로 잘못 전해진 것 같다"고 펀드 책임자는 변명했다.

어이없는 해프닝이었다.

최근 벤처업계의 "회사 띄우기"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코스닥에서는 무상증자나 합병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확정 공시를 일단 내고 나중에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가만 하늘 위로 치솟기도 한다.

등록전 업체들의 "개발했다" "제휴를 맺었다" "신규 사업에 진출한다" 등의 발표는 매일 넘쳐날 정도로 쏟아진다.

그러나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또 어느 정도 내실이 있는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단지 순진한 개인투자자들의 눈을 멀게 하기 위한 꾸미기용으로만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한국 벤처업계는 양적으로 놀랄 만큼 성장했다.

그런 만큼 질적으로도 성숙해져야 할 때다. 이제 벤처기업도 덩치에 걸맞는 도덕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

서욱진 벤처중기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