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송사회와 양보정신

최공웅

요즘 검사들이 방송.언론사를 상대로 잇단 손해배상을 제기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판사나 검사가 민사재판의 당사자가 되는 일은 매우 희귀한 일이었다.

삼국시대이래 우리나라는 중국의 율령제도에 영향을 받아 법은 국민을 지배하기 위한 형벌을 의미하며 개인사이의 민사상 권리관계는 유교사상에 기초하여 예와 도리에 따랐다.

서구식의 재판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겨우 1백년밖에 안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억울하게 침해당한 개인의 권리는 재판에 의해서 폭넓게 보호되게 됐다.

세계를 법으로 통일했다고 하는 로마제국은 시민법의 발상지다.

법이라고 하면 로마가 생각나듯이 그 옛날에도 이미 민사재판이 수백명의 청중앞에서 거창한 방식으로 행해졌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은 곧 개인의 권리를 의미하며,소송사회의 기원은 로마제국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은 개인의 기본권 향상과 함께 민사소송을 "너무 즐기는"소송 만능주의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외출하던 부인이 현관문 앞에 쌓인 눈에 미끄러져 가벼운 상처를 입자 남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주머니 돈이 쌈지 돈"인것 같지만,대개의 경우 배상금지급을 보험회사가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부부는 보험금을 타는 혜택을 받게 됐다.

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권리를 재판을 통해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의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 폭주로 인해 국가와 사회에 주는 부담도 매우 크다.

우리 옛말에 "송사는 패가망신"이라는 말도 있다.

판사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 결과가 때로는 절대적 진실에 반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있다.

중재나 조정과 같은 분쟁해결의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서로가 양보해서 화해하는 사회가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람은 늘 자기만 옳다고 하니,화해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