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사문화] (인터뷰) 배일도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위원장>

"노동자협의회와 사용자협의회, 공익위원회가 힘을 합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서울 모델"을 기대해 달라. 노사관계의 새로운 대안을 선보이겠다"

지난 1월초 서울지하철공사 노동조합의 "무파업 선언"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던 배일도(50) 노조위원장이 또 다른 뉴스거리를 준비하고 있다.서울시 산하 6개 투자기관이 노.사.정 특별위원회를 구성, 사회적 협약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신노사 서울모델"은 노사관계의 새 틀을 짜는 "사건"이라고 배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지난 83년 서울지하철공사에 입사한뒤 87~88년 초대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했다.89년과 91년에는 수감생활을 겪었던 그가 무파업 선언으로 얻어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간 숨겨졌던 지하철공사의 경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지하철의 경영 실패가 강경노조 때문이라는 비난을 사전에 없앨 수 있어 노사가 서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노조가 먼저 선수를 치고 나간 전략이라는게 배 위원장의 설명이다.다수의 조합원들이 자신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보내는 가운데 일부 노조 간부들이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과정에서 그의 마음은 무거웠다.

조합원 9천2백명을 이끄는 노조위원장으로서 고독한 결단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4월초 승무지부가 단독으로 파업을 선언했을 때 배 위원장의 가슴은 다 탔다.승무지부가 여론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채 고립되는 상황을 지켜 보면서 승무지부 노조 간부들에게 파업이 많은 결실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고 설득했다.

특히 조합원들에게 "강성 이미지를 보여줘야 진정한 노조 간부가 될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파업보다 온건한 방법으로 노사간의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면 그 길로 걸어가는게 현명하다는 인식이 노동계에 확산되고 있다고 살명했다.

배 위원장은 오는 2001년 11월 임기가 끝날 때까지 "무파업 선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배 위원장은 이제는 서울지하철이 안고 있는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설 예정이다.

우선 사업영역 다각화를 통해 지하철의 수익성을 높이는게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하철 24시간 운행제도를 도입,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야간근무를 자주 하는 시민들에게도 도움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무파업 선언으로 노동운동의 새 지평을 연 배 위원장의 새로운 실험에 노동계가 주목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