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한 외교관의 '마늘분쟁' 반성

"굴욕적인 협상이었습니다. 협상테이블에서 구두로 합의해 놓고 그 이튿날에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는 중국측의 비정상적인 협상태도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우리나라 외교력의 한계를 절감했지요"

지난 15일 한-중마늘협상이 타결된후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힘없이 내뱉은 말이다.그는 "대중국 외교의 최전방에 나와있는 외교관으로서 마늘분쟁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어 "관련부처의 정책결정자들 모두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된 긴급수입제한 조치 부과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40여일째 계속된 마늘분쟁은 양측이 타협안에 가서명함으로써 일단락됐다.그러나 한-중 무역분쟁으로 대표되는 "마늘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마늘분쟁의 원인과 진행과정에서 돌출된 문제점과 향후 대책등을 차분히 생각해야 한다.

그게 마늘분쟁을 원활하게 마무리하는 일이다.한-중 양국의 경제협력 증진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마늘분쟁백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산 마늘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내리게 된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어떤 경제외적 힘이 작용했는지를 백서를 통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또 협상과정에서 중국측의 부당한 요구가 무엇이었으며, 우리는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곳 한국 상사원들은 백서가 앞으로 양국간 무역분쟁을 막고,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상사원은 특히 주중 한국대사관의 역할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는 "한국대사관이 마늘문제에 대해 어떤 보고를 올렸고, 이 보고가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를 꼭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사관은 본부에 7차례에 걸쳐 마늘 긴급수입제한 조치의 부당성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혀 득될게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됐다.

그 이유는 밝혀져야 한다.이번 분쟁은 마늘농가, 폴리에틸렌.핸드폰관련 기업 등 모두가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