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법인 경영] '정부에 등떠밀린 '빅딜'...곳곳에 후유증'

빅딜법인의 경영 난맥상은 정부에 등떠밀려 빅딜에 참여한 기업들이 한치도 양보없는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부실 사업부문을 떼내 "물리"적으로는 어렵사리 통합을 이뤘지만 "화학"적인 내부 통합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경영진간의 불협화음은 주인 없는 통합법인이 지닌 구조적 한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영진 =통합법인의 이사회는 각 출자사가 자기 지분율에 따라 선임하면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 운영되고 있다.

경영권이 완전히 통합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이들이 새 직장(통합법인)의 이사진인지, 옛 직장(출자회사)의 대변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항공기 통합법인의 경우 삼성항공과 현대우주항공 출신 임원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외자유치와 관련, 삼성 출신 임원들은 삼성항공과 함께 일을 해온 록히드마틴을 협력선으로 밀었고 현대 출신 임원은 가까운 관계였던 보잉을 추천했다는 얘기다.외자유치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입지가 달라질 것을 우려한데 따른 것이라는게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록히드마킨의 경영난으로 보잉-BAE시스템즈가 단독으로 응찰을 해왔지만 업무 지연으로 협상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철도차량법인은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으로부터 넘겨받은 자산평가와 손실 분담문제를 놓고 이사진들간에 상당한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빅딜법인의 당면 과제의 하나는 경영진간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이사진에게 대외관계를 맡기지 못해 사장이 모든 사안에 직접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사진간에 견제가 심한 상황에서 채권단 접촉이나 정부협의 등을 특정 임원에게 맡길 경우 분란이 일어날 소지가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진척없는 재무구조개선과 구조조정 계획 =과잉설비 감축과 경영집중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빅딜 취지에도 불구하고 빅딜법인의 인력 및 설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항공기법인은 세곳의 공장 가운데 한 곳을, 철도차량법인은 부산공장을 각각 폐쇄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인력감축도 통합법인 출범을 전후로 자연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외자유치나 출자전환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항공기 통합법인은 보잉-BAE시스템즈 컨소시엄에 35%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협상기간을 두차례 연장했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채권단은 외자유치가 이뤄져야 출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마저도 출자전환금액을 당초 1천5백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줄여 놓은 상태다.

일감도 곧 바닥을 보일 우려가 크다.

철도차량법인은 지금껏 한푼의 신규 자금지원을 받지 못했을 정도로 재무구조개선에 진척이 없다.

이 회사는 앞으로 채권단 출자전환과 1억6천만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지만 가시화 시점을 기약하기 어렵다.

일부 출자사에서 넘어온 저가수주 물량은 회사 경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HSD엔진은 50억원의 자본금을 3백억원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주주사간의 다툼으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몇개 회사가 합쳐진 빅딜법인이라면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경영자와 주주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게 문제"라며 "경영권 분쟁이나 조직내부의 갈등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빅딜은 좌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