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25) 제1부 : 1997년 가을 <12> 음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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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그때도 그랬지만…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월급쟁이에게는 변한 게 없어요”황무석의 말에 김규정 계장이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뭐가 변한 게 없나요?”
김규정이 호기심을 보였다. “대해실업의 주가관리는 제 소관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주가가 어느 정도 상승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큰 회사들도 다 하고 있지요. 개인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면 저는 사표를 내야 할 처지입니다”
황무석이 자신있게 말했다.
김규정이 금세 안색을 바꾸며 긴장한 빛을 띠었다. “그것은 증권감독원에서 판단할 문제입니다. 제 소관이 아니지요. 지금 말씀대로 나쁜 의도가 없었다면 문제되지 않겠지요”
김규정이 냉정한 어투로 말했다.
“거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모두 다 하고 있는 일인데,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면 큰 범죄행위나 저지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게 바로 증권감독원의 행태이지요”“황 부사장님,그 얘기는 그만하지요. 내일 아침에 증권감독원으로 모든 증거물을 보내게 되어 있습니다. 증권감독원에서 해결해보십시오.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김규정이 단호하게 말했다.
“할 수 없군요. 그렇게 하는 수밖에…. ”
황무석이 고개를 숙인 채 힘없이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김 계장님,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늙은이의 마지막 부탁이라고 여기고 들어줄 수 있겠습니까?”
한참만에 황무석이 숙인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무슨 부탁인데요?”
“여기에 오다 보니까 바로 밑에 포장마차가 있습디다. 그곳에서 내가 소주 한 잔 하는 동안 같이 있어줄 수 있습니까?”
“……”
“내일이면 실업자가 되는 신세라 집에 들어가기 전에 소주 한잔 걸치고 싶어요. 내 나이에 혼자 마시면 청승맞게 보일 것 같아서요”
황무석이 애원하듯 말하며 김규정에게 힐끔 시선을 보냈다.
김규정의 눈빛에는 다소 동정의 빛이 보이기는 했으나 아직도 의심의 눈빛이 섞여 있었다.
황무석은 후회하는 마음이 되었다.
물론 하청업체 사장이 준 티켓으로 맞춘 거지만 고급 양복을 걸친 게 후회스러웠고,일류호텔 이발소에서 5만원 주고 깎은 머리가 후회스러웠고,30만원짜리 영국제 신발을 신고 있는 게 후회스러웠다.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모두 버리고 싶었다.
그 순간 그는 노동자 시낭송회에서 권혁배 의원이 노동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연출했던 분장을 상기하고 있었다.
권 의원의 헝클어트린 머리,큰 사이즈의 싸구려 기성복,몇 달간을 닦지 않은 것 같은 신발,거기다가 문 아래가 벌겋게 녹이 슬어 너덜너덜한 차 등 그러한 것들이었다.
김규정의 동정심을 유발하기에는 자신의 분장이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역시 교활한 정치가에게는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지요,뭐”
다행히 김규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자세를 취하면서 말했다.
“그때도 그랬지만…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월급쟁이에게는 변한 게 없어요”황무석의 말에 김규정 계장이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뭐가 변한 게 없나요?”
김규정이 호기심을 보였다. “대해실업의 주가관리는 제 소관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주가가 어느 정도 상승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큰 회사들도 다 하고 있지요. 개인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면 저는 사표를 내야 할 처지입니다”
황무석이 자신있게 말했다.
김규정이 금세 안색을 바꾸며 긴장한 빛을 띠었다. “그것은 증권감독원에서 판단할 문제입니다. 제 소관이 아니지요. 지금 말씀대로 나쁜 의도가 없었다면 문제되지 않겠지요”
김규정이 냉정한 어투로 말했다.
“거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모두 다 하고 있는 일인데,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면 큰 범죄행위나 저지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게 바로 증권감독원의 행태이지요”“황 부사장님,그 얘기는 그만하지요. 내일 아침에 증권감독원으로 모든 증거물을 보내게 되어 있습니다. 증권감독원에서 해결해보십시오.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김규정이 단호하게 말했다.
“할 수 없군요. 그렇게 하는 수밖에…. ”
황무석이 고개를 숙인 채 힘없이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김 계장님,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늙은이의 마지막 부탁이라고 여기고 들어줄 수 있겠습니까?”
한참만에 황무석이 숙인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무슨 부탁인데요?”
“여기에 오다 보니까 바로 밑에 포장마차가 있습디다. 그곳에서 내가 소주 한 잔 하는 동안 같이 있어줄 수 있습니까?”
“……”
“내일이면 실업자가 되는 신세라 집에 들어가기 전에 소주 한잔 걸치고 싶어요. 내 나이에 혼자 마시면 청승맞게 보일 것 같아서요”
황무석이 애원하듯 말하며 김규정에게 힐끔 시선을 보냈다.
김규정의 눈빛에는 다소 동정의 빛이 보이기는 했으나 아직도 의심의 눈빛이 섞여 있었다.
황무석은 후회하는 마음이 되었다.
물론 하청업체 사장이 준 티켓으로 맞춘 거지만 고급 양복을 걸친 게 후회스러웠고,일류호텔 이발소에서 5만원 주고 깎은 머리가 후회스러웠고,30만원짜리 영국제 신발을 신고 있는 게 후회스러웠다.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모두 버리고 싶었다.
그 순간 그는 노동자 시낭송회에서 권혁배 의원이 노동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연출했던 분장을 상기하고 있었다.
권 의원의 헝클어트린 머리,큰 사이즈의 싸구려 기성복,몇 달간을 닦지 않은 것 같은 신발,거기다가 문 아래가 벌겋게 녹이 슬어 너덜너덜한 차 등 그러한 것들이었다.
김규정의 동정심을 유발하기에는 자신의 분장이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역시 교활한 정치가에게는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지요,뭐”
다행히 김규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자세를 취하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