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향수

김재홍

정 총무는 ''명총무''다.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모임을 만들고 또 속해 왔다.

하지만 그중 어떤 모임보다도 끈끈하고 정이 가는 모임이 시골사람들 모임이다.

''명총무''라 불리는 정 총무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20년이 지난 지금도 회원들 출석률이 높다.사회 여러 곳에서 제각각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죽마고우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바로 고향에 대한 향수다.

한낮의 열기가 요즘처럼 뜨거워지면 우리들은 개울로 달려가 첨벙첨벙 멱을 감았다.

등이 발갛게 될 때까지 신나게 물장구를 치다보면 세상을 달구던 햇볕은 사그라들며 어스름 저녁이 찾아온다.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다 이윽고 한 명은 망을 보게 하고 나머지는 참외와 수박 서리를 하던 그 추억은 지금도 가슴을 뛰게 한다.

그 모든 추억들이 시골사람들을 만나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1년에 몇 차례 조부모,부모님 산소에 찾아가 인사하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또 고향을 지키는 친구,사업하는 친구,공무원이 된 친구 등 다들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지만 한자리에 모이면 자연스럽게 옛시절로 되돌아 간다.

친구들과 술잔을 주고 받으며 추억에 빠지다보면 서울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긴다.

고향은 ''마음의 쉼터''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다.

고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늘상 바쁜 세상살이 때문에 마음처럼 고향을 자주 찾아갈 수 없어 그리움이 쌓이고,그리운 만큼 늘 가슴 한자리에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래도 1년에 몇 번이라도 고향을 찾아갈 수 있는 나는 행복하다.

두고 온 북녘땅이 고향인 실향민들의 경우는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 방문이 이뤄진다.

얄궂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소중한 가족들과 헤어진 이후 이번에 1백여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한다고 한다.

하지만 70세 이상 되는 이산가족이 전국에 26만여명이나 된다니 15일에 1백명씩 계산해도 24만명이 만나려면 무려 50년 세월이 걸린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한을 안고 살아 왔겠는가.남북관계가 보다 더 개선되고 고향방문이 더욱 늘어나 많은 이산가족들의 가슴에 맺힌 ''한''이 풀렸으면 좋겠다.

그리우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는 고향길,우리 모두에게 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