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천재 안무가 '지적 충격의 무대' .. 국립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발란신 애쉬튼 크랑코 베자르 노이마이어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이 앞다퉈 발레화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명 버전만 14개.그중 프로코피예프 음악을 사용한 버전은 10개에 달한다.프랑스의 젊은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도 최근 흐름에 맞게 프로코피예프를 택했다.

그러나 10개 버전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는 천재성이 발휘된 안무(1996년 초연)로 세계 발레계를 놀라게 했다.

고전발레 동작을 기본으로 하지만 장식적이고 획일화된 동작보다 자연스러운 춤의 연결을 강조했기 때문.등장인물 캐릭터를 새롭게 창조하고 군무 출연자들의 개성도 뚜렷하게 부각시켰다.무용평론가 문애령씨도 "프로코피예프가 드디어 제 짝을 찾았다고 선언해도 좋을 무대"라고 평한다.

그 마이요가 국립발레단과 손을 잡았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조안무자 조반나 로렌조니를 비롯한 6명의 현지 스태프와 무대세트,의상 등을 지원해 다음달 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올린다."한국 관객도 이젠 저 정도 작품을 접해야 한다"는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욕심이 "내 발레는 다른 발레단에 주지 않는다"는 마이요의 고집을 꺾은 것이다.

이 작품은 장르상 고전발레라기보다는 모던발레에 속한다.

기존 발레가 춤과 마임으로 분리된다면 이 작품은 마임으로 처리될 구체적인 동작과 감정표현도 모두 춤으로 바꿔 놓는다.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춤의 물결이 극을 이끈다.

등장인물도 마이요의 손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부드럽고 순진하기만 하던 줄리엣은 사리가 분명하고 자아가 강한 여성으로 재창조된다.

로미오와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에서 먼저 로미오에게 키스하려고 하는 것도 이런 캐릭터 때문.무용수들의 신체적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안무라서 그런 것 같다.

줄리엣의 어머니 캐플릿 부인은 부성 모성 여성성을 동시에 갖춘 매력적인 인물로 나온다.

거칠고 악한 이미지의 줄리엣 사촌 티볼트는 품위 있고 매력적이지만 질투심 많은 인물로 그려진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르 피가로지는 "등장인물의 강한 개성과 놀라운 연기력이 주는 지적 충격"이란 말로 이 작품을 평했다.

또 정지 동작과 느린 동작을 통해 영화를 보는 듯한 효과를 낸다.

사실적인 배경묘사를 생략하고 흑백 모노톤으로 비극미와 높은 품격을 살리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이번 공연에는 파리오페라발레 정식단원이 된 발레리노 김용걸과 이원국이 로미오로,김지영과 김주원이 줄리엣으로 나온다.(02)580-6181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