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개선 좌담회] 정부 권고안 한국기업 현실 안맞아

한국경제신문은 상법개정을 앞두고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정부가 마련중인 상법개정안은 미 법무법인 쿠델 부라더스와 세종법무법인이 최근 법무부에 낸 "기업지배구조개선 권고안"에 근거한 것으로 집중투표제,집단소송제,사외이사의 역할강화,주주의 권리강화 등을 담고 있다.

▲사회(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정부의 방침대로 제2차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엄기웅 대한상의 상무=작년에 상법이 개정된 바 있고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도 있는 상황에서 다시 개정할 경우 법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봅니다.

권고안도 너무 일방적이라고 봅니다.

기업지배구조가 이상적이라고 해서 그게 현실에 맞고 회사에 반드시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사회적 환경입니다.

권고안대로 시행될 경우 한국은 외국투자자에게 투자 메리트를 잃게 될 것입니다.

▲김형순 로커스 사장=기업지배구조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지면 국부 창출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봅니다.

사외이사제도의 경우 실효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신뢰를 위한 장치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의식수준이 따라가지 않는 상황에서 개정은 비효율적이며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동식 일양약품 상무=사외이사는 전반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상장회사라면 이사중 절반이상을 사외이사로 둬야 하며 사외이사가 도중에 그만 두면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시 매출액의 5%가 넘으면 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고 하는데 주총 준비 기간만도 한 달 이상이 걸립니다.

▲김주영 변호사=소액주주 운동의 취지는 경영권을 제약하는 게 아니고 지배주주의 부당한 요구에 저항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싫으면 주식을 팔고 회사를 떠나라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주주가 나갈 것이 아니라 경영진을 바꿀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회=이번 권고안의 기본취지는 이해하지만 세부사항에선 우리나라 사정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도 일부 있는 것 같은데요.

▲정동윤 교수=그렇습니다.

권고안이 너무 이상적인데다 우리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장 대기업의 경우 주주의 경영참여 등 주주의 권익은 많이 강화된데 비해 주주 책임은 없습니다.

원래 주식회사는 주주가 경영진에 경영을 의뢰하는 대신 유한 책임을 지는 제도인데 권고안은 경영과 책임이라는 대전제에 어긋납니다.

정리=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