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 "날두고 어딜가..."..량한상씨 모친 극적 만남

"아야.이게 누구냐.한상이 아니냐.왜 이리 늦었냐"

"어머니,저 한상입니다.건강하셔야 합니다.갔다가 금방 올게요""가지마라.날 두고 어딜가.나랑 살어"

"오래 사셔야 합니다.한상이 보고싶어서라도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어머니"

"아….한상아"하늘이 내린 혈육의 정이 인간이 만든 이념의 장벽을 허물어버렸다.

천신만고 끝에 서울에 왔건만 어머니를 만나지 못해 애간장을 태웠던 량한상(69)씨가 18일 새벽 2시 50분부터 40분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어머니 김애란(87)씨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어머니를 만날 것이라는 염원을 안고 서울에 왔던 량씨는 "모친이 심한 빈혈과 어지럼증 등으로 차량조차 탑승할 수 없어 상봉장에 못 왔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그는 지난 17일 어머니가 계신 서울 서교동 자택을 방문하게 해달라고 적십자사측에 간절히 부탁했으나 "지정된 장소 이외에는 안된다"는 통보를 받고 또다시 좌절했다.

그러나 모자를 만나게 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됐고 김대중 대통령도 상봉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북측과 계속 절충을 벌여 결국 타협을 이끌어냈다.

병상에 누워 50년만에 아들 량씨를 보자 김씨는 흐느껴 울었고 량씨도 복받치는 설움에 목이 메어 "저 한상입니다"라고 겨우 말문을 열고 큰 절을 했다.김씨는 두 눈을 감은 채 "애기 갖다주라"며 앙상한 손가락에 낀 반지를 가리켰다.

이에 동생 한정(62)씨가 "며느리 갖다주래요"라고 말하자 한상씨는 "아이고,어머니.정말 고맙습니다"라며 동생이 빼주는 반지를 받아든 채 눈물을 쏟아냈다.

김씨가 이어 "아이들은 어떠냐"고 묻자 한상씨는 "제 삼촌들 닮아서 똑똑합니다"라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워커힐 호텔로 되돌아온 량씨는 오전 8시께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가족들이 건네준 휴대전화로 어머니에게 "갔다가 금방 오겠습니다.오래 사세요.다시 올 때 꼭 살아계셔야 합니다"고 말한 뒤 참았던 울음을 쏟아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