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 꿈같은 3박4일 .. '평양에 남기고 온 가족愛'

"우리 부부가 각기 북에 두고온 두 가족을 하나로 만들듯이 남북이 하루빨리 하나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평양을 방문해 각기 다른 혈육들을 상봉하고 돌아온 이선행(81) 이송자(82)씨 부부는 18일 오후 2시 김포공항에 도착한 직후 평양방문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지난 15일 평양으로 떠날 때 설렘과 회한,그리움이 뒤엉켜 다소 착잡하던 표정과는 달리 북한의 혈육을 만나고 온 두 사람은 인생의 한 가닥을 정리한듯 개운한 모습이었다.

남편 이씨는 주름살 투성이의 노인으로 변한 북의 아내 홍경옥(76)씨를 두고온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 "혼자서 애들을 키우느라 고생한 북의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수없이 되뇌었다"며 "많은 이산가족들이 오고가고 통일이 되면 이런 슬픔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남편 이씨는 이번 평양 방문에서 옛 아내 홍씨를 비롯 아들 진일(56)·진관(51)씨 등을 만났다.아내 이씨도 환갑을 넘긴 아들 박위석(61)씨를 상봉했다.

이들 두 가족은 지난 17일 고려호텔 오찬장에서 한 가족이 되기로 약속했었다.

형제 자매들을 만나고 온 장두현(74·경기 화성군 장안면)씨는 "남에서 가져간 시계 15개와 반지 8개,구두,상추 씨앗 등 선물들을 형제들에게 나눠주고 왔다"며 "해방후 38선을 넘어 형제들과 헤어진 이후 가슴에 한이 맺혔었는데 이번에 소원을 풀었다"고 말했다.장씨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김포공항에 나와 평양에서 돌아오는 장씨를 기다리던 아들 문선(41·경기도 오산)씨 등 가족 15명의 환영을 받았다.

손자 형태(12)군은 "할아버지 형제들께서 헤어진 얘기를 들으니 슬펐다"며 "가족이 흩어지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해도 연백군이 고향인 이찬우(70·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씨는 " 3형제 모두 방북신청을 했는데 막내동생 혼자만 여동생 부전(67)이를 보고와 안타깝다"고 말했다.마중나온 둘째형 태우(73)씨는 공항 입국장을 통해 나오는 찬우씨의 손을 잡고 북에 홀로 남은 여동생의 안부를 서둘러 물어보기에 바빴다.

이들 가족은 몸이 불편해 나오지 못한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큰 형님 철우(78)씨 집에서 여동생 안부와 3박4일간의 평양 얘기를 나누며 밤을 새웠다.

태우씨는 "TV로 동생이 우는 것 보고 많이 따라 울었다"며 "살아 생전에 여동생을 한번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북에서 헤어진 처와 아들 동생 등을 만나 3박4일을 눈물로 보내고 온 한재일(82·서울 월계동)씨는 "내 손을 꼭 잡고 울던 북의 가족들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며 상봉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북에서 결혼한 뒤 50여년전 혼자 월남한 한씨는 남쪽에서 소복순(78)씨와 결혼했으나 북의 남겨둔 식구들을 못잊어 가슴앓이를 하다가 이번에 방북의 기회를 얻었다.평양에서 돌아오는 남편을 마중나온 부인 소씨는 "북쪽의 남편 식구들을 위해 시계 사탕 등 선물을 잘 챙겨 보냈다"며 "기분은 조금 이상했지만 이 모든게 세월 탓으로 본다"고 담담히 말했다.